「명동」으로 대표되는 비제도권 채권시장에 찬바람이 돌고 있다. 검찰이 김형진(金亨珍)세종증권회장을 구속시킴으로써 수십년간 이뤄져온 불법적인 관행에 쐐기를 박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행 증권거래법은 증권업허가를 받은 금융기관만 회사채, 국·공채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채권브로커들은 금융기관을 내세워 채권을 인수하도록 한뒤 이를 비싼 값에 되팔아 남는 이익을 금융기관과 나눠갖는 식으로 영업을 해왔다.비제도권 시장이 발달하게 된 것은 채권을 팔고 싶어하는 측과 사고 싶어하는 측을 연결해주는 시장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 증권거래소에서 불특정다수가 공개적으로 매매에 참여하는 주식과 달리 채권은 종류가 1만2,000여종에 달하고 조건도 다양해 사는 측과 파는 측이 1대1로 거래를 하는게 거의 대부분이다. 채권브로커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나 일반 개인들이 금융기관과 직접 거래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노리고 싼값에 채권을 사들인뒤 이문을 붙여 투자신탁회사 등에 팔아넘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 직원과 채권브로커, 투신사 직원사이에는 리베이트가 오가는게 관행화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퇴직한 금융기관 직원들이 「파이낸스」「캐피탈」등의 간판을 걸고 채권영업에 뛰어들어 비제도권 채권중개업무가 더욱 번창했다. 만약 검찰이 김회장과 똑같이 채권브로커들에게 증권거래법을 적용하면 이들 업체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할 전망이다. 그러나 A파이낸스사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당분간 위축될 수밖에 없지만 시장이 필요로 하는 한 비제도권 채권브로커들이 없어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채권의 대표 수익률을 고시하고 내년부터 채권시가평가제를 실시하는 등 채권거래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보장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게 증시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검찰도 이런 한계를 감안, 수사를 확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준형기자navid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