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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궁중연회 '어떤음식이 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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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궁중연회 '어떤음식이 올랐을까'

입력
1999.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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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궁중의 잔칫상에는 어떤 음식들이 올랐을까. 궁중에선 혼례나 회갑같은 경사가 생겼을 때 어떤 잔치를 베풀었나.궁중 연회(宴會) 때 음식의 차림새와 예법 등을 한 눈에 엿볼 수 있는 소중한 행사가 마련된다. 사단법인 궁중음식연구원은 15일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보유자인 황혜성씨의 80회 생일을 맞아 황씨의 팔순잔치를 조선조 궁중연회 형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장소는 서울 남산 국립극장 야외놀이마당.

궁중음식연구원은 조선조 궁중의례를 기록한 문헌 「진연의궤(進宴儀軌)」를 근거로 1887년 1월 27∼29일 사흘간 경복궁 만경전에서 행해진 조선 익종(翼宗·순조의 세자)의 비(妃) 신정(神貞)왕후 조대비(趙大妃·1808∼1890)의 팔순잔치를 재현할 계획이다. 상에 오를 음식은 물론, 음식의 종류를 기록한 찬품단자(饌品單子·메뉴판)부터 냅킨에 해당하는 휘건, 음식에 꽂아 화려하게 장식하는 상화(床花)에 이르기까지 각종 소품들도 옛모습 그대로 재연된다.

이날 행사는 황씨의 제자들에겐 우리 전통음식의 복원과 전수에 필생을 바친 스승의 공로를 기리는 사은의 자리이기도 하다. 행사 당일 잔칫상에 오를 갖가지 궁중음식은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이수자 및 전수자와 궁중음식연구원 정규반 출신 등 제자 100여명이 저마다 품목을 정해 손수 장만해올 예정이다.

어떤 음식이 오르나 경사를 맞은 당사자에게 올리는 잔칫상은 여러 가지 음식을 장식용으로 고여놓는 고임상(高排床)과 직접 음식을 먹는 소별미상 등 두가지. 이번 행사의 경우 조대비의 팔순잔치와 마찬가지로 고임상에 떡·과자·강정·진 음식·과일·장류 등 모두 47가지의 음식이 오른다. 강정의 일종인 매화연사과와 형형색색의 시루떡을 쌓은 각색증병, 각색 절육(切肉), 열구자탕, 양전유어, 약반 등이 대표적인 단품요리. 음식의 배열은 하객들이 볼 때 앞쪽에 높고 화려한 것을, 뒤쪽에 낮고 진 음식을 놓는 것이 원칙이다.

물기가 많은 음식을 제외하고는 높이 고인 꼭대기에 종이나 비단으로 만든 상화를 꽂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이 관례. 음식에 따라 고이는 높이도 다른데 떡류·각색당·연사과·강정·다식 등 병과류와 생과류는 1자(30㎝)3치에서 1자7치 정도로 높이 고인다. 율란·조란·생란과 각색정과는 이보다 조금 낮게 고이고 화채나 찜, 탕, 장류 등 물기가 많은 음식은 그냥 그릇에 담아낸다.

궁중연회의 의례와 절차 상차림이 끝난 뒤에 주인공을 모시고 나오는 것이 순서. 행사 주관자(왕)의 치사에 이어 주인공에게 술을 올리는 헌작, 꽃을 바치는 헌화의식이 행해지고 찬품단자와 휘건, 수저 등을 올리면 식사를 하게 된다. 식사도중 궁중무용과 음악이 시연된다. 고임상에 차려진 음식은 먹지않다가 연회가 끝난후 종친이나 신하 집으로 골고루 나눠 보내는 것이 원칙인데 이같은 관습을 통해 궁중음식이 민간에 전래되곤 했다.

하객들에겐 겸상이나 두레반 등에 음식을 차려서 대접하는 것이 원칙. 하지만 이날 재연행사에선 식후 국립극장내 궁중음식전문점 「지화자」에서 간단한 피로연으로 대신할 계획이다.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52)원장은 『일반 관객들에겐 궁중연회의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전통의례의 참의미를 되새기고, 우리 궁중음식의 멋과 우수성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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