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북부 '연례수해' 무엇이 문제인가 -연천 동두천 파주 문산 등 임진강 유역은 집중호우 때마다 단골로 피해를 보는 지역이다. 96년과 98년에 이어 올해도 똑같은 물난리를 겪고 있다. 집중호우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당국의 허술한 수방대책이다.
◆임진강수계 구조적 문제
임진강 수계 유역은 북한이 3분의 2을 차지해 종합적인 수계대책을 마련하기가 사실상 힘들다. 북한지역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든만큼 임진강 상류 우리지역에 「홍수조절기능」을 갖춘 댐건설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임진강 상류에서 홍수조절을 할 수 없어 한꺼번에 물이 하류로 밀려 내려오면서 조수영향을 받는 서해안 물과 합쳐져「역류현상」이 발생, 주변 지역의 내수가 빠지지 않아 침수피해가 되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진강 상류에 위치한 연천댐은 수위조절 능력이 없는 소수력발전소여서 집중호우시 한꺼번에 많은 물을 하류로 내보내고 있다.
연천댐의 사례에서 보듯 소규모 댐은 담수능력을 초과하는 물이 상류에서 밀려 내려올 경우 오히려 보다 큰 재앙을 몰고 올 위험이 있는 만큼 대규모 댐이 들어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진강 지류를 따라 형성된 시가지 대부분이 「저지대」라는 점도 홍수에 취약한 원인중 하나다. 문산읍 시가지는 동문천과 문산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고 임진강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임진강이나 문산천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예고된 인재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간 떠넘기기
임진강 유역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파주시 문산읍 시가지 침수는 수해 원인을 알면서도 방치해 일어난 대표적인 인재(人災). 96년 7월 대홍수 당시 문산읍 시가지는 문산읍을 끼고 도는 동문천 저지대인 문산철교와 문산1교가 범람하면서 순식간에 침수됐다.
파주시는 수해 직후 동문천 둑 높이를 2m 가량 높이기로 하고 경의선 문산철교 구간과 통일로 문산1교의 지반 높이를 각각 2m 높이는 「문산시가지 종합 침수방지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수해가 발생한지 1년 4개월이 지난 97년 11월 동문천 둑 높이기 공사에 착수, 지난해말 문산읍 주변 1.2㎞ 구간만 준공됐을뿐 문산철교와 문산1교의 지반 높이기공사는 구체적인 공사계획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파주시와 건설교통부, 철도청 등 관련 기관이 200억여원의 사업비 부담 등을 이유로 이를 미뤄기 때문이다.
▲지자체간 공조결여
파주시는 96년 대홍수 등 수해 때마다 임진강 상류지역인 연천군 정산면에 위치한 연천댐의 폐쇄를 요구해왔다. 수위조절 등 특별한 기능이 없는 댐을 단순한 제방보수에 그친 채 그대로 방치해 임진강 하류지역인 파주시의 침수피해와 생태계 파괴 등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연천군은 연천댐 상류지역의 농업용수 부족을 이유로 제방만 보완하면 문제가 없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 ·예방시설 미비
가장 피해가 컸던 파주시는 금촌을 비롯 교하 문산 탄현 등에 대규모 아파트 및 산업시설단지가 개발되고 있다. 파주지역의 경우 2만여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준농림지가 아스팔트 포장으로 변해 비만 내리면 유속이 10배이상 빨라져 빗물이 하천에 이르는 시간이 단축돼 수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또 대단위 택지개발을 할 때는 반드시 일정단위이상의 호우에 대비, 종합적인 치수계획이 필수적이나 일단 개발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이를 무시해왔다.
하천 대부분의 하상이 주변의 논밭보다 높은 천정천(天井川)이기 때문에 비가 오면 하천물의 역류로 침수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동두천은 빗물펌프장 하나 제대로 갖추지 않았으며 파주시는 4개의 펌프장이 있으나 문산읍 제방이 무너지면서 가동이 중단돼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파주=이동훈기자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