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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물난리] 되살아난 '지뢰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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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물난리] 되살아난 '지뢰 망령'

입력
1999.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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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부대정문 앞인데 지뢰가 있겠어요』 4일 오전 경기 연천군 3번국도변 육군 모부대 정문 앞에선 인근 마을 주민들이 몰려나와 빨래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연천에선 냇가에서 빨래를 하는 풍경이 사라졌고 아이들에게도 「냇가에서 놀거나 낯선 물건에 손대지 말라」는 엄명이 내려진지 오래. 하지만 『군인들이 제 집 앞 지뢰는 다 없앴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수해 때마다 대량의 폭탄 지뢰가 유실됐던 연천 파주 등 경기북부 주민들이 또다시 지뢰 망령에 떨고 있다. 이번 수해에는 아직 폭발물 유출 소식이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96년과 98년에 수거되지 못한 지뢰와 폭탄이 어디에서 불쑥 튀어나올지 몰라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6년 수해복구작업을 하다 155㎜ 포탄을 발견했던 연천읍 와초리 이모(37)씨는 『당시 놀란 중장비기사들이 「군대에서 안전을 보장하기 전까지 일을 할 수 없다」고 버텨 애를 먹었다』며 『수해로 온 마을이 물에 덮였던 터라 내 집 마당도 안심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연천군 관계자는 『주민들이 잊을만하면 들리는 지뢰사고 소식에 불안해하고 있다』며 『올해도 폭탄 발견이나 지뢰사고가 한 건이라도 일어나면 복구의 삽질은 일제히 멈출 것』이라고 우려했다.

98년 경기북부에서 유실된 10여톤(9만8,000여발)의 탄약과 M14대인지뢰(일명 폭풍지뢰) 300여발 중 5만여발만이 수거됐고, 강화도 김포 등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폭발물이 발견됐었다.

군 관계자는 『유실된 폭발물을 모두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경기북부에는 군에서도 파악하지 못하는 지뢰도 있어 수해만 나면 하루하루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전했다.

/연천=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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