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의 실체, 태양활동의 비밀을 밝히는 절호기회「해가 지는 낮」. 달의 그림자에 태양이 가리는 3~4분. 어둠이 깔리고 태양의 열기는 사라진다. 이 짧은 개기일식은 천문학자들에게 수년에 맞먹는 시간이다. 수년간 연구로 얻는 것보다 훨씬 더 풍부한 자료를 이때 얻을 수 있는 탓이다. 영국의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원리를 검증한 것도 1919년 개기일식때였다.
11일 영국 남단 콘월에서부터 터키, 이란을 거쳐 인도 하늘에서 1분에 40㎞씩 움직이며 관측될 금세기 마지막의 개기일식에도 한국천문연구원을 비롯한 세계 연구자와 천문애호가들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11년 주기의 태양활동 극대기(내년 3~4월)를 앞두고 있는 데다가 일식경로가 바다가 아닌 대륙으로 이어져 연구자들의 관심이 크다.
이번 일식기간중 이뤄질 다양한 연구프로젝트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실시하는 중력측정.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경제학자 겸 물리학자 모리스 알레는 50년대 일식 때 진자의 운동이 느려진다는 실험결과를 얻었다. 이는 일식으로 지구의 중력이 약해졌거나 지구 밖에서 끌어당기는 힘이 커졌다는 뜻이다.
이론상 달과 태양이 일직선으로 늘어설 경우 인력작용이 커지고 그만큼 중력은 약해진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일식뿐 아니라 달과 태양이 한쪽에 몰리는 매달 일어나야 하는 것이어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물리학에서 중력은 가장 규명되지 않은 분야. 물질세계에 존재하는 4가지 힘 중 강력, 약력, 전자기력은 각각 글론, 보존, 광자(빛)를 매질로 삼아 작용한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중력의 매질로 가정하고 있는 그래비톤은 확인된 적이 없다. 미 항공우주국은 중력을 실체를 규명하기위해 이번 일식때 정밀 중력관측기를 가동할 예정이다.
일식은 또한 태양의 대기활동인 코로나, 홍염등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평소 코로나그래프라는 태양을 가리는 망원경으로 관측할 때는 70~80%의 산란광이 방해가 되지만 일식때는 15㎝ 굴절망원경으로 선명한 관측이 가능하다.
이번 일식때는 태양활동의 극대기를 앞두고 있어 달 뒤에 후광처럼 비치는 코로나가 태양 지름만큼 크게 퍼지고 고리나 물총모양의 홍염도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태양활동의 관측은 태양의 표면온도(6,000도)보다 더 뜨거운 코로나(100만도)의 정체를 규명하고 지구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필수적이다.
분광관측기로 코로나에서 분출되는 철성분등 특이한 성분을 분석하는 연구도 진행한다. 때로 연구자들은 비행기를 타고 일식이 일어나는 경로를 따라가면서 2시간정도 관측을 계속하기도 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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