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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식은 피자」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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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식은 피자」의 성공

입력
1999.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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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1년을 넘긴 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 만큼 불쾌한 별명을 가진 정치가도 드믈 것이다. 지난해 7월 그가 자민당 총재에 당선되자 미국 언론은 「식은 피자」라고 깎아내렸다. 별 특징도 능력도 없어 보이는 그의 등장이 의외라는 뜻도 섞여 있었다. 나카소네, 후쿠다같은 거물 정치인들과 한 선거구여서 늘 국회의원 동반당선의 불명예를 안고 살아온 그는 화낼 줄도 모르는 사람 같았다. 그는 『식은 피자도 레인지에 넣으면 따뜻해 진다』고 받아 넘겼다.■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일까. 오부치내각은 역대 3번째로 낮은 33%의 지지율로 출범했다. 한달 뒤에는 20%대로 떨어져 단명총리로 끝날 위기에 몰렸다.얼마나 여론에 민감했던지 한국언론인 방문단에게 『일본기자들을 만나면 말 좀 잘 해달라』고 조크를 할 정도였다. 그러나 누구든 만나 귀를 여는 성실하고 서민적인 자세가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금융개혁 조치 시동을 계기로 작년말부터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 지지율이 7월에는 50%를 넘었다.

■남의 말을 잘 듣는다고 나카소네 전총리는 「진공총리」라 불렀다. 좋은 말이면 무엇이건 빨아들여 정책에 반영한다는 뜻이다. 정적인 오자와 이치로 자유당 당수를 연정 파트너로 끌어들여 정권을 안정시킨 것을 두고 한 말이다. 「36면 미인」이란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지지율 상승의 일등공신은 미야자와 기이치 대장상이다. 6월에 발표된 1·4분기 일본 국내총생산액(GDP)이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다. 전문가에게 경제를 맡긴 수확이다.

■총리와 내각요직을 다 지낸 그는 지금 총리보다 17세 연상의 80노인 이지만 총리를 만날 때는 허리를 90도로 굽힌다. 경제에 어두운 오부치총리가 대장상을 맡길 때 삼고초려의 예를 갖추겠다고 하자, 즉시 휴양지에서 돌아와 흔쾌히 지명을 수락했다. 나라 건지는 일에 체면도 권위도 내 던졌다. 전직 대통령들이 사욕에 눈이 멀어 나라를 어지럽히는 우리 현실이 절망스럽다. 험한 말로 후임자를 공격하다 자신의 뒤를 이은 당의 후계자까지 헐뜯는 어느 전직을 바라보는 감회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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