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호체계 엉망 -들어오는 것은 많지만 정작 이재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없다. 수해를 입은 이재민들에게 지급할 구호물품이 재해대책본부와 관공서에 답지하고 있으나 구호물품 접수 및 전달체계의 혼란으로 정작 이재민들은 구호물품의 기근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2일 밤 9시께 한 구호차가 이재민 40명이 수용돼 있는 파주시 파평면 삼광고교를 지나가자 『구호품을 요청했는데 구호차가 구호품을 지급치 않고 대피소를 그냥 지나가버렸다』고 파주시 재해대책본부에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3일까지 파주시에는 취사도구 의류 등 모두 1만8,638점이 접수됐으나 정작 이재민들 손에 들어간 구호품은 4,000여점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각 지역의 재해대책본부에는 많은 구호물품들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가득 쌓여 있다.
3일 오전 4일간의 고립상태에서 간신히 벗어나 처음으로 구호품을 헬기로 공수받은 강원 철원군 자등리 주민 조모(49)씨는 『헬기 소리가 나서 달려왔다. 앉아서 구호품 전달을 기다리다가는 물 한모금 얻어먹기 힘든 형편』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미 많은 구호품들이 다른 지역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김모(57·여)씨는 『그동안 통신과 전기가 두절되기는 했지만 마을 인원수가 파악돼 있었을 텐데 이 정도로 2,000여명이 어떻게 먹고 살라는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구호체계의 혼란은 대개 구호품 접수 및 공급체계가 복잡하기 때문.중앙재해대책본부, 경기재해대책본부를 거쳐 접수된 구호품은 일단 각 시청의 재해대책본부로 공급되고 이후 숫자를 맞춰 인근 읍사무소에 접수시켜야 한다.
이 물품이 다시 각 대피소로 지급돼야 이재민들이 최종적으로 구호품을 받을 수 있다. 즉 구호품 접수에서 전달까지 3단계 이상을 거쳐야만 하는 것이다. 더욱이 각 단계마다 물량을 확인하고 수량을 체크하는 과정에서 공급 시간은 지연되고 있다.
파주시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96년 수해때는 최대한 빠른 시간에 지급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정했지만 정산 등에 착오가 생겨 애를 먹었다』며 『수요및 공급량을 정확히 따지다보니 공급이 더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수해지역이 전화가 불통되는 등 각 읍·면·동사무소간 연락이 여의치 않은 점도 구호품 공급에 애로가 되고 있다. 구호품 공급을 맡고 있는 각 지역 재해대책 본부들은 도로 곳곳이 침수돼 우회도로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동 시간이 지체되고 대부분의 대피소가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이 용이치 않은 점 등을 애로점으로 호소하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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