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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고장난 레코드' 3金앞엔 희망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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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고장난 레코드' 3金앞엔 희망없다

입력
1999.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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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연교수는 3일자 7면 「아침을 열며」칼럼을 통하여 3김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비판하고 현 공동여당을 이끌고 있는 양김을 옹호하고 나섰다. 칼럼의 골자는 3김중 양김은 국민으로부터 대권을 위임받아 「개혁통치」에 애쓰고 있으니 왈가왈부하지 말고, 나라를 망치고서도 정계복귀를 선언한 나머지 1김을 문제 삼으라는 것이다. 거기에다 짧은 우리의 정당사에 보스정치는 당연한 것이고, 지역주의도 군사독재 체제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니 3김이 책임질 일은 아니라고 주장한다.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요즈음 언론지상에서 논의되고 있는 「3김청산」의 본질은 「3김 정치유산의 종언」을 위한 3김의 퇴진이다. 3김 정치유산의 종언이란 70년대 박정희 권위주의 통치를 넘어서 90년대 문민정부, 그리고 현재의 공동정권까지 진행되어온 「보스중심의 사당정치」와 「지역할거주의」 정치체제의 극복을 의미한다.

사실 3김 정치의 유산은 이러한 사당정치와 지역할거에 그치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정치의 틀을 바꾸어 미래의 정치발전을 이루는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정치의 틀을 조화와 타협보다는 대립과 갈등의 장으로 만들어왔다. 이것이 오늘도 평행선대립을 하고 있는 우리의 정치가 가지고 있는 한계이고, 그렇다면 아마도 우리는 「박정희학교(스쿨)」를 아직 졸업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오늘의 경제위기의 근원이 그가 추구했던 산업화의 방식에 있고, 오늘의 정치행태가 그의 권위주의 밑에서 투쟁하면서 배운 결과라 한다면 말이다. 문제는 이러한 「투쟁의 정치」가 민주화 이후에도 고장난 레코드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백번양보해 독재에 항거하기 위하여 자신을 중심으로 뭉치는 것이 보스정치였다면 왜 그들은 민주화된 이후에도 보스정치를 계속하는가. 3김의 지역주의가 군사독재체제에 원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이용하여 정권을 획득한 것은 또한 3김이다. 솔직히 말하건대 양김은 과거 군부권위주의 정권에서 민주화투쟁을 이끈 투사였지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민주적인 지도자는 아니었다. 민주주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정당 내에서 양김은 철저한 권위주의적 지도자였다. 황교수가 주장하는 양김이 우리 나라에 민주화를 가져왔다는 판단은 80년 「민주화의 봄」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하였고, 87년 대선시 분열로 민주화를 지연시킨 행동을 기억 못했기 때문이다.

「3김 정치유산의 청산」 문제는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3김이 진정한 국민의 뜻을 알면된다. 국민은 「보스중심의 사당정치」와 「지역할거」에 식상했고, 정권교체로 바뀔 것을 기대했던 이전투구의 난장판정치가 그대로 이어지는 것에 분노한다. 국민은 나라를 망친 아버지가 정계에 복귀하는 이유의 하나가 나라를 뒤흔든 아들을 정계에 진출시키기 위해서라는 그 뻔뻔함에 진저리를 친다. 국민은 이제 3김의, 3김에 의한, 3김을 위한 정치의 퇴출을 원하는 것이고, 이들로는 더 이상 21세기의 한국정치를 맡길 수 없다는 소박한 선언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3김 정치유산의 청산」이 논의되는 이유이다.

그러면 3김정치체제의 끝은 어디인가? 3김정치의 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또 재생산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가까운 장래에 끝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건대 국민은 꾹꾹 눌러 참으면서도 적절한 때에 여지없이 현실정치를 심판해 왔다. 4·19는 이승만을 심판했고, 부마사태는 박정희를, 6월항쟁은 전두환을, 그리고 이제 3김이 정치로 국민을 속인다면 국민은 결국은 투표로 심판할 것이다. 21세기를 몇 달 앞두고 새로운 밀레니엄에 걸 맞는 정치개혁이 되게 하는 길은 국민이 스스로 「3김을 넘어서」는 수밖에 없다. 김인영· 한림대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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