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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문화의 해] 함께하는 주거 환경 아름다운 우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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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문화의 해] 함께하는 주거 환경 아름다운 우리마을

입력
1999.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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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영/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 교수우리 도시는 「간판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건물들이 간판으로 포장돼있다. 물론 간판은 고객과 만나는 1차적 접점(contact point)인 만큼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도시의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 도시엔 건물이나 점포 중앙의 전면 간판, 건물의 벽에서 약 1m이내에 매달려 건물 면과 직각으로 설치되는 돌출간판, 건물 앞에 별도로 기둥 설치하여 광고판을 매다는 지주 사인, 또 도로에 두었다가 필요에 따라 쉽게 치울 수 있는 이동식 간판 등 다양한 종류의 간판이 걸려있다.

또 이런 간판으로도 모자라 전면 유리에 상호나 메뉴를 다닥다닥 써붙이는 것이 보통이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네온싸인을 만들기도 한다. 상호와 상품을 지나가는 고객들에게 하나라도 더 홍보하기 위한 이런 시도들이 자기 PR시대에선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우리나라가, 기존도시에 비해 신시가지에 간판 공해가 더 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간판 크기와 좋은 위치의 선점은 점포 매출과 상당히 관련이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 없이 간판의 크기만을 키우려는 생각은 상당히 1차적인 발상이다. 사실 간판의 그래픽이나 색채가 지나치게 개성이 없고 유치하다면 점포나 제품의 인상까지 탐탁치 않은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형성된 건물과 간판의 애매한 관계는 도시 경관의 시각적 공해까지 일으킬 수 있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은 문화 전반의 문제에서처럼 「통제와 자율」이라는 이슈이다. 지나치게 통제를 강화, 간판의 크기와 형태를 제한한다면 도시는 마치 군부대 막사처럼 규격화된 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며 이것은 우리가 바라는 도시의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인위적 규제를 철폐하기 위해 행정개혁위원회가 많은 규제 조항을 삭제하고 있는 마당에 이를 역행한다는 것은 사실 어리석은 생각일 것이다.

따라서 유일한 대안은 자각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작고 아름다운 간판문화」의 정착을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경제가 양적 팽창에 치중하다가 이제 질적 성장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면 우리의 간판 또한 이런 질적 전환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먼저 간판 크기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하며 획일적인 간판 문화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건축가가 건물 설계 때부터 간판의 위치와 크기를 고려하거나, 기존 건물에 독특한 액센트가 되거나 아니면 주변과 조화를 고려한 다양한 아이디어의 형태, 색채, 재질 등을 가진 간판을 새로 만드는 일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 캠페인은 한국일보사와 한국여성건축가협회가 공동으로 벌이는 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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