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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세계문화기행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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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세계문화기행을 읽고

입력
1999.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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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기행(이희수 지음·일빛 발행)김영하

어릴 적 다니던 시골의 초등학교엔 작은 도서실이 있었다. 소장도서래봐야 몇 백 권 안팎이었을 테지만 그래도 내겐 소중했다. 그 중에서도 즐겨 집어들었던 책들은 기행문이었다. 「프랑스에 가면 지하철이 있는데 막대기 세 개가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들어가게 만들어 놓았다」는 식의 구절이 실려있는, 지금 생각하면 유치한 견문기 수준의 글들이었지만 어린 내게 다른 세계를 향한 동경의 염을 심어놓기에는 충분했다. 친구 집에서 얻어 본 김찬삼의 기행문들도 거기에 일조했다. 『아, 언젠가 나도 꼭 외국 여행을 하고 말테다』 70년 대 후반의 초등학생으로서는 다소 허황되어 보이는 그런 꿈을 남몰래 간직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일 년에 한 번은 배낭을 메고 비행기에 오르는 삶을 살게 되었다. 꿈은 생각보다 빨리 실현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기행문을 읽는다. 가지 못한 곳들과 갔으되 보지 못한 것들을 상상하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행이 소중한 이유는 지은이의 식견과 시선의 깊이에 잠시 무임승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만은 TV나 화보집이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나 해외여행의 연조가 짧은 우리나라에서 그런 욕구를 충족시키는 기행문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최근에 접한 이 책이 내 그런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주었다. 이슬람 전문가인 지은이의 이십 년 간의 여행과 이주의 경험이 그대로 녹아있어 읽고 배우는 즐거움을 준다. 이슬람에 관한 한 지은이의 제재 장악력은 이전의 어떤 기행 서적도 보여주지 못한 경지에 올라있다. 아쉬움이 있다면, 「세계문화기행」이란 제목을 붙이기엔 이슬람 문화권에 비해 여타 문화권의 비중이 너무 기운다는 것. 그럴 바엔 차라리 이슬람 쪽에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좀 덜 팔리기야 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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