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사흘째 쉬지 않고 계속되면서 경기북부와 강원 등 수해지역의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누적 강우량이 최고 800㎜를 넘어서자 화천과 인천 등지에서 산사태가 잇따라 발생, 인명피해도 늘고 있다.동두천 신천과 철원 남대천 등 한강수계의 지천들은 수위가 치솟아 일제히 범람위기를 맞고 있다. 이 일대 주민들은 조금 더 높이 축대를 쌓고 둑을 지키려는 사투를 밤새껏 계속했다.
주민들은 경보사이렌이 울리면 대피소로 피했다가, 물이 빠지는 듯하면 밧줄에 몸을 묶고 다시 삽을 잡았다.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면서 주민들은 되풀이되는 수재에 무대책인 치수당국을 원망했다.
인천
2일부터 인천도 물에 잠겼다. 산이 무너져 사람을 덮쳤고, 뱃길이 끊겨 도서지역 주민과 피서객 1만여명이 고립됐다.
이날 오전 7시50분께 인천 중구 남북동 244 용유도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10톤 이상의 흙더미가 야산기슭의 한식집 「공항가든」(주인 허용·53) 가건물을 덮쳐 잠자던 주인 허씨의 딸 허윤경(16)양과 이 종업원 등 3명이 매몰됐다.
오전 11시40분께는 서구 당하동 96 주택의 뒷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집을 덮쳐 집안에 있던 김은미씨(21)가 흙더미에 묻혔다.
서해 14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되면서 백령도와 덕적도, 자월도 등 인천 섬지역을 찾은 피서객 1만여명과 주민들이 사흘째 섬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태풍 「올가」가 북상, 섬의 고립은 수일간 더 계속될 전망이다. 어선 1,000여척도 인천 연안부두와 강화, 옹진의 항구에 묶여 있다.
육지에서도 교통이 두절됐다. 오전7시30분과 10시55분께 두차례에 걸쳐 주안역 상·하행선 철로가 침수돼 경인전철 전동차 운행이 일시 중단됐다.
오전 5시20분부터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남산리 수협회관에서 선원면 창리 유림가든 사이 500여㎙의 왕복 2차선 도로가 물에 잠겨 차량통행이 일부 제한되는 등 시내도로 77곳(3,300여㎙)이 침수됐다.
또 부평구 굴포천 제방 20㎙가 유실되는 등 크고 작은 53개소의 제방 6,300여㎙가 붕괴 또는 유실됐으며 연수구 연수 3동 절개지 등 70개소의 절개지 토사가 유실돼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김포지역에서도 1명이 숨지고 농경지 7,200여㏊가 침수되는 등 비 피해가 늘고 있다. 낮 12시45분께 김포시 양촌면 유현2리 마을 진입로에서 친척집에 놀러왔던 신금숙(19·회사원 서울 강북구 우이동)양이 실족, 농수로에 빠져 숨졌다.
김포시 양촌면 누산.석모리 일대 1,200여㏊ 등 김포지역 농경지 4,450여㏊가 침수됐으며, 가옥 100여채와 남양스테인레스㈜ 등 공장 14곳이 물에 잠겼
철원
800여가구 2,346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철원군 근남면 서면 자등리 등 6개 마을의 고립상태가 계속돼 생활필수품 등 구호품조차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접근도로와 교량이 침수되거나 부서져 피해상황이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철원군은 2시간 가량 걸리는 산길을 이용해 공무원과 공익근무원들이 생활필수품을 짊어지고 떠나려 했으나 폭우로 포기했으며 헬기를 이용한 사료 공수방안도 기상악화로 실패했다.
철원군 관계자는 『등짐을 지고 산이라도 넘어 가려 했으나 계곡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현재 국도 지방도를 포함한 49개 도로가 유실, 또는 침수돼 철원군에서만 모두 16개 마을이 고립에 빠진 것으로 집계됐다.
동송읍 이길리와 갈말읍 정연리 등 민통선지역도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길리 주민 188명은 마을회관과 인근 정연리 마을회관으로 대피,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으나 마을 북단 토교저수지가 범람하면 더이상 피할 곳이 없는 처지다. 마을주민 김모씨(59)는 『어제 소방소에서 가져온 식수도 다 떨어졌다』면서 『아무리 고향이라도 이젠 정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와수리 모사단 2연대 부대원 600여명 등 군장병들도 산사태를 피해 부대를 버리고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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