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도, 보너스도, 퇴직금도 없다. 드라마 작가가 받는 작가료는 철저하게 능력급이다. 작가적 역량을 재는 잣대는 시청률. 시청률 저조로 데뷔 작품에서 좌절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시청률 경쟁에서 끝까지 버텨낸 몇몇 작가들만이 이른바 「수억원대」 작가의 신화를 이룬다.98년 KBS가 국회에 제출한 「96~98년 작가료 지급내역」에 따르면 「정 때문에」의 문영남씨가 7억 800만원, 「첫사랑」의 조소혜씨가 4억 3,700만원, 「사랑할 때까지」의 이금림씨가 4억 2,600만원을 받았다.
억대급 작가의 비밀은 이른바 「특별 고료」라고 불리는 일종의 전속금 제도에 있다. 특별 고료는 작가적 역량이나 인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본 원고료 외에 별도로 얹어주는 일종의 웃돈이자 전속 계약금이다. 한회당 얼마씩의 특별 고료를 받을 지는 철저하게 작가와 제작진과의 협의에 의해 결정돼 실체가 정확히 알려져 있진 않다. 보통 50회를 기준으로 주말, 미니시리즈, 일일극은 한 편 당 200만~5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0만원대에 가까운 특별 고료를 받는 이른바 「특A급」 작가들도 6~7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은 그야말로 예외적 소수에 불과하다. 작가의 관문을 뚫기 자체가 힘들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의 성공 가능성은 더더욱 희박하다. 3월 한국방송작가협회가 조사한 「방송환경에 대한 방송작가 만족도」는 드라마 작가에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참고할 만하다.
「지난 1년간 방송작가로서 벌어들인 수입」을 묻는 질문에 대해 50.8%가 2,0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했고, 1,000만원 미만도 28.8%였다. 5,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는 9.1%에 불과했다. 열악한 직업환경을 반영하듯, 전체 응답자의 74%가 다른 수입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71.9%가 방송작가라는 직업에 대체로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는 적성이나 자질에 맞아서(78%), 학력·성별보다는 능력을 중시하기 때문에(6.1%), 다른 사람의 간섭을 덜 받을 수 있어서(6.1%) 등으로 다양했다. 이에 반해 보수가 좋아서라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결국 작가로서 성취감과 경제적 만족을 동시에 충족시키기란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인 셈이다.
/황동일기자 dong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