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범죄 특별법 제정소식이 전해진 지난주말 인터넷문화 전문가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탤런트 O양의 정사장면 공개사건에 이어 10대 매매춘 알선으로까지 번진 가공할만한 「사이버범죄」를 우려해왔던 그들이지만 한숨만 내쉬었다. 『사이버범죄만 소탕하면 뭐합니까』
이들은 오히려 극도로 혼탁해진 사이버문화의 천박한 현실을 개탄했다. 『PC통신 인터넷채팅방에 한번 들어가 보세요. 앞으로 몇 십년만 지나면 지금 쓰는 말이 고어(古語)가 되어 통역하지 않으면 못알아들을 지도 몰라요』
사실 인터넷채팅방에서는 「하숍」(하세요), 「중딩」(중학생)과 같이 멋대로 줄여 쓰는 단축어는 문제의 축에 끼이지도 않는다. 비어와 속어, 입에 담기 힘든 저속어들이 판을 치는 게 현실이다.
인터넷에 에티켓이 실종된지 이미 오래다.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으면 즉각 독설을 뿜어 대고 입에 담지 못할 험담을 쏟아내는 폭력성을 보면 이들의 우려가 이해가 간다. 정치권을 뺨치는 비열한 「폭로전」도 비일비재하다. 사이버세계만큼 「냄비현상」이 심한 곳도 없을 것이다.
『사이버문화가 중요한 것은 사이버세계가 앞으로 청소년들에게 TV를 능가하는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수많은 청소년들이 북적대는 사이버세상. 사이버공간은 청소년문화의 중심무대가 되어 버렸다. 사이버공간의 저질·폭력문화를 방치해 놓는 한 사이버범죄 소탕작전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김광일 경제부기자 goldp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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