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보드(Big Board)」는 미국 월가에서 뉴욕증권거래소를 가리키는 말이다. 최고의 우량종목인 IBM은 상징색을 빗대 「빅 블루(Big Blue)」라고 부른다. 「빅」은 덩치가 클뿐 아니라 시장을 리드하는 권위를 지녔다는 의미에서 시장이 붙여준 「훈장」이다.우리 증시에서 시가총액 5위권 종목인 삼성전자 한국전력 포항제철 한국통신 SK텔레콤을 「빅5」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올해초부터 간접투자시대가 본격화하고, 기관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이들 5개 종목이 지수를 좌지우지하면서 자연스레 「빅 5」라는 말이 등장한 것이다. 이제 우리 증시도 「빅」자 하나 붙일 정도는 됐다는 자신감이 은근히 스며 있는 조어(造語)이기도 했다. 실제로 「빅5」는 이달 9일 주가지수가 연중 최고치인 1,027에 달할 때까지 연초대비 평균수익률 102.95%(지수 상승률은 74.95%)를 기록하며 이름에 걸맞는 활약을 했다.
지난주 주가지수가 928까지 빠졌다가 사흘만에 다시 1,000에 육박하는 동안 빅5의 주가상승률은 9.49%로 지수회복률(7.52%)보다는 높았지만 이전의 엄청난 상승탄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한국전력은 28일 주가가 떨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빅5의 상승탄력이 둔화하자 장기적으로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빅5」종목들의 위상이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안정성」을 최대 장점으로 갖고 있는 공기업 성격의 종목들이 그동안 증시의 양적팽창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차세대형 종목을 중심으로 질적변화가 나타날 때라는 것이다. 아예 삼성전자 삼성전기 LG전자 LG정보통신 현대자동차를 「뉴 빅5」로 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들 5개 종목은 지난주 주가회복기 사흘간 무려 1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새로운 4종목은 「덩치」면에서는 빅5에 미치지 못하지만 반도체, 디지털, 정보통신 등 차세대 산업을 선도하거나 「글로벌 마켓」을 타깃으로 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지난주 삼성전자가 한전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선 것을 단순한 1,2위의 자리바꿈이 아니라 이러한 시장의 질적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아직은 성급한 이야기라는 지적이 우세하지만 과연 「빅」이라는 훈장이 주인을 바꾸게 될지 지켜볼 가치가 있을 듯하다.
김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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