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거리를 활보하고서 그 느낌을 일기장에다 고스란히 담아놓고 싶어요』「인간성회복 운동추진협의회(회장 김부성)」가 주관하는 「99사랑의 일기쓰기 공모」 서울·경기·인천지역 2차심사가 열린 30일 서울 강남구민회관. 한 시각장애 초등학생 소녀가 6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써온 일기장이 이곳을 찾은 400여 학생, 학부모,교사들의 심금을 울렸다.
협의회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9년째 이어 오고 있는 이 사업에 시각장애 학생이 점자일기를 제출하기는 이번이 처음.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맹학교 6학년에 다니는 이나영(13)양. 나영이는 초등학교 1학년때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었다. 나영이는 그후로 지금까지 점판에 놓인 종이위에 점필로 찍어가며 개인사(史) 기록을 하루도 빼놓지 않았다. 어느덧 일기장들이 라면박스 2상자를 빼곡이 채웠다.
나영이가 초등학교 1년때 처음 배운 점자로 일기를 쓰는데는 정상인보다 배이상의 노력이 필요했고 1~2시간은 금방이었다. 그러면서도 나영이는 하루의 일을 정리하는 데 게으르지 않았다.
어떤 날의 일기장엔 『친구나 아버지에게 선물을 하고 싶지만 선물을 고를 수 없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고 『장애인을 보고도 무섭다고 도망가지 않고 잘해줘 고마웠다』는 정상인 친구얘기도 솔직이 담아놓고 있다.
『나처럼 시각장애인인 큰이모가 봉사일을 많이 해 손이 거칠어서 점자를 잘못 짚는 것이 안타깝다』는 따뜻한 마음도 일기의 한 대목이다.
5월8일 일기엔 이런 내용도 있다. 『쓰기 힘든 묵자(정상글자)로 힘들게 부모님께 「낳아주시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란 편지를 썼다. 부모님이 너무 기뻐하셔서 나 역시 너무 좋았다』.
나영이는 이날 인성 심사의 일환으로 쓴 국무총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점자책도 부족하고 장애인이 마음껏 걸어다닐 수 있는 시설도 부족해요. 장애인 시설확보를 위해 힘써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썼다. 그속엔 정상인과 다름없이 이 세상을 밝게 살아가려는 나영이의 순박한 바람이 담겨져 있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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