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가 「오버」를 결행했다. 땅 속에 있어야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언더가 땅 위로 탈출한 까닭은 무엇일까.언더그라운드의 젊은 기수들이 요즘 세종로 문화부 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밴드 리더, 공연기획자, 전시기획자 등. 그들은 문화관광부가 8월 13~15일 밀레니엄 첫 기념행사로 주최하는 「새천년 청소년 문화축제」의 기획자들이다. 문화부는 2억 9,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모든 기획은 언더그라운드 문화 게릴라들에게 맡겼다. 기획단 「체인지 21」을 만들어 축제 준비를 주도하고 있는 다섯 언더그라운드들.
언더그라운드 문화 만개! 왜
(김종휘) 90년대 들어 문화상업의 규모는 커졌지만 주류 산업이 주는 비슷비슷한 즐거움에 대중들은 식상했다. 대중문화를 획일적으로 쇼비즈니스화한 결과이다. 이전의 「언더」는 주류 음악에 대한 반발의 상징이었다. 「이래야 한다」는 담론이 강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누구에 대한 저항과 반발이 아니라 「나는 나」라는 의식이 강해졌고, 그런 자의식을 가진 언더 문화생산자들이 많이 나왔다. 언더라고 그냥 대접받던 시대는 갔다. 이제 언더그라운드도 「전문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만큼 내적으로 성숙한 단계다.
(강원재) 거대담론으로는 이제 더 이상 문화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끌어 담을 수 없다. 사람들의 다양한 기호(嗜好)를 다양한 문화로 수용하려는 태도가 잉태된 것이다.
(이강명) 이제 더 이상 대중음악으로는 얘기할 「꺼리」가 없다. 자신이 낸 앨범의 전체곡을 소화할 수 있는 뮤지션들도 얼마 안된다. 유통 구조만 커졌지 내적 성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언더그라운드, 인디(독립) 밴드의 음악이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안이영노) 언더 문화가 대중의 눈앞에 많이 드러나고 있는 것은 그들 문화를 배척해왔던 관료사회, 매스컴이 그들의 효용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런 관주도의 행사를 맡은 것은 바로 그런 변화의 상징이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이강명) 이번 축제는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맛을 보여주는 「사탕」과 같다. 다양한 실험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많은 장치를 만들었다.
(조중현) 규모야 어떻든 대중음악에서는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생산_유통_소비되는 구조가 생성됐다. 그러나 수많은 이론이 재생산의 기반을 갖추지 못한 시각매체는 상황이 열악하다. 물론 화랑 중심의 미술 생산_유통이 갖고 있는문제점이다. 그러나 미술을 더 친근감 있게, 즐길 수 있는 놀이의 방식으로 개발하지 못한 것은 미술 생산자의 문제이다. 미술의 고전적 이름을 파괴할 것이다.
(안이영노) 행사의 주제는 교류와 실험이다. 시민단체와 젊은 생산자들이 교류를 하고,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런 교류를 통해 젊은 문화를 이해하는 바탕을 만들자는 것이다.
2000년 문화는 어떨 것인가
(안이영노) 수년간 성장해 온 언더문화가 한 매듭이 지어지는 시점이다. 언더는 수많은 「자기 사례(事例)」를 만들어내고 있다. 앞으로 10년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다. 좋은 의미에서 사분오열이 이뤄지는 시기가 될 것이다. 각 분파가 생겨날 것이라는 얘기다. 담론에서 사례로, 다시금 네트워크로 분파되면서 더욱 다양한 언더문화가 형성되고, 그것이 문화를 견인할 것이다.
(조중현) 아침에 일어나면 해가 뜰 것이고, 지금과 변화가 없을 것이다.
(강원재) 다양한 문화가 한 공간에서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