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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TV 풍자대포 "걸리면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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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TV 풍자대포 "걸리면 쏜다"

입력
1999.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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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풀려 오른 땅값은 누구 손에 가느냐, 바로 배부른 사람들 더 배불리는 데 간다, 이 말입니다! 4,000만이 숲을 포기하면서 얻는 대가가 고작 이런 거라니 말이 됩니까!… 아무래도 배를 꽉 조여주는 투기방지용 코르셋을 새로 개발해서 투기꾼들 배터지지 않게 잘 좀 조여줘야 될 것 같습니다!』(26일 방송분 「그린벨트 해제」)매주 월~금요일 오후 8시 40분에 방송되는 경제·교양 프로 「머니 센스」의 「나잘난 박사의 경제만평」 코너의 주인공 나잘난 박사. 그가 쏟아내는 현실비판의 말들은 때로 「저래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랄하고 거침없다. 정치·경제·사회 등 이슈가 있다 싶으면 놓치지 않고 어김없이 달려든다.

「나잘난 박사…」 외에도 KBS 2TV 「시사터치! 코미디파일」 등 시사 풍자 프로들이 짭짤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지만, 매주 빼놓지 않고 보는 마니아급 시청자들의 지지 속에 새로운 웃음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야유하고 조롱하되 덧없는 가벼움으로 흐르지 않고, 비판의 칼 끝에는 언제나 웃음의 독을 발라두어 「따끔따끔한」 웃음을 유발하는, 풍자와 패러디(모방)가 이 웃음의 정체다.

최근 들어 시사 풍자 프로들이 인기를 얻는 배경은 소재제한이나 외압 등의 제약이 많이 없어져 예전에 비해 제작환경이 훨씬 나아졌다는 점을 우선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난이도 높은 웃음을 조제하는 작업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나잘난 박사…」의 허윤정(30·여) 작가. 가장 시의적절한 주제를 골라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것을 리듬감 넘치는 대사에 녹여 넣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매일 마감시간에 맞추어 용케도 해낸다. 그래서 제작진이 붙여준 별명이 「허잘난 박사」. 「나잘난 박사…」의 사이버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 넣는 일은 중견 성우인 이호인(45)씨의 몫이다. 그는 이 일에 각별한 얘정을 갖고 있다. 『내가 말하고 싶고, 또 꼭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이다.

「나잘난 박사…」가 각 분야를 두루 아우르는 데 비해 KBS2 TV 「시사터치! 코미디파일」의 「패러디 타임」 코너는 정치풍자 중심의 정통 시사 코미디를 지향한다. 특히 전·현직 대통령들을 「감히」 실명으로 패러디해 종종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중장년층 시청자의 항의전화를 받기도 한다. 29일 방영분은 「궁민파」의 대중거사와 「딴나라파」의 해창도사가 벌이는 정계개편공방을 꼬집었다.

「시사터치! 코미디파일」의 뚝심의 배후에는 우리나라 시사코미디의 효시격인 87년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을 시작으로 시사코미디 장르에 매달려온 강영원 팀장이 있다. 97년에는 KBS2 TV 「웃음천국」 「이무기의 꿈」 코너를 통해 김현철씨를 꼬집었다가 8회 만에 중도 하차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요즘은 예전처럼 외압이나 금기가 많이 없어져 해볼만 하다. 정작 그의 불만은 그 자신을 향해 있다. 『아직 설익은 감이 없지 않아요. 누가 봐도 정말 속시원하다 싶을 만큼 시사풍자의 맛을 제대로 살리려면 더더욱 노력해야죠』 10년이 넘도록 풍자와 해학이라는 화두를 움켜쥐고 씨름해온 중견 PD의 겸양이다. /황동일기자 do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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