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폐공사 파업유도 수사 일단락 -진형구(秦炯九) 전 대검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28일 「장본인」에 대한 사법처리로 일단락됐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특별수사본부까지 구성, 8일동안 강도높은 수사를 벌인 끝에 진씨가 공기업 구조조정의 「선례」를 남길 목적으로 조폐공사 파업을 유도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의 민감한 사안을 스스로 밝혀낼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불식시킨 것이다.
◆사건의 전말= 지난해 9월 중순 강희복(姜熙復) 전조폐공사사장은 임금삭감에 항의하는 노조파업에 직장폐쇄로 맞서다 노동부 등으로부터 직장폐쇄 철회 권고를 받자 고교 선배인 진씨를 찾았다. 강씨는 당시 「임금 50% 삭감」으로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을 대체하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진씨는 그러나 『임금문제로 노조와 협상을 벌이지 말고 구조조정을 밀고 나가라. 파업하면 불법이니까 즉시 제압이 가능하다』며 강씨에게 조폐창 통폐합 조기추진을 독촉했다. 강씨는 진씨의 말을 정부측 「보장」으로 믿고 10월2일 조폐창 통폐합 조기추진 방침을 발표했다.
11월25일 노조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불법파업」에 돌입하자 진씨는 강씨에게 노조대의원 34명을 즉각 고발토록 지시했다. 강씨의 고발로 검찰은 노조위원장 등 당시 노조간부 7명을 구속했고, 사측은 파업가담자 730여명을 징계했다.
진씨는 이처럼 노조가 구조조정 반대파업을 벌일 것을 미리 예상, 이준보(李俊甫) 당시 대검공안2과장 등에게 대책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보고서는 10월7일 초안이 작성된 뒤 진씨의 지시로 3차례나 수정된 끝에 10월13일 구조조정 대책위주로 최종보고서가 완성됐다.
진씨는 이 보고서를 갖고 10월 중순께 당시 검찰총장이던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장관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김 전장관은 『현안도 없는데 앞으로의 사태에 대비해 열심히 일하는 구나』정도의 반응만 보였다.
◆풀리지않는 의문점= 과연 진씨가 조폐공사를 공기업 구조조정의 선례로 만들려는 「공명심」 「입신(立身)」차원에서 단독으로 저질렀는 지 여부가 의문이다.
당시 조폐공사 등 공기업 구조조정은 검찰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구성된 공안대책합수부(현 공안대책협의회)의 소관사항으로, 실제 조폐창 조기 통폐합 발표 이전인 지난해 9월18일 회의가 열렸었다.
하지만 검찰은 『회의에서 파업유도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힐 뿐 논의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진씨가 벌인 「1인극」으로 축소시켜 조직을 보호하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파업유도와 관련된 보고를 받지않았다는 김 전장관의 진술만을 근거로 김 전장관을 무혐의처리한 대목도 의문이다. 진씨가 조폐공사 통폐합을 「치적」으로 내세우려 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김 전장관에게 대응책을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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