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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강릉 '참소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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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강릉 '참소리 박물관'

입력
1999.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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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파이프처럼 생긴 것(실린더 축음기)이 돌아가면서 소리를 내는데』『스피커는 이렇게 큰데 소리는 엄청 작네』『뭐야? 전구 속에 작은 전구가 또 있잖아』….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눈에도 호기심이 가득하다.강원 강릉시 송정동에 있는 참소리박물관(관장 손성목). 지방도시에 있는 자그마한 문화시설이라는 선입견을 가지면 「보물」을 접하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인류가 소리와 빛을 가두는 기적을 만들고 그 기적을 문명의 축으로 발전시키기까지의 역사가 모두 이 곳에 있기 때문이다. 동해안에서 바캉스를 즐긴다면 꼭 찾아야 할 명소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도 더없이 훌륭한 학습공간이다.

참소리 박물관의 소장품은 에디슨이 1877년 발명한 최초의 축음기(모델명 틴포일·Tin Foil)에서 시작해 최첨단 시스템까지 오디오만 3,000여점, 기록과 사진자료 7,000여점, 음반 15만여점, 관련서적 7,000여점등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전문박물관이다.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진귀한 물건들도 있다. 서양전문가들도 놀라는 이 방대한 자료를 순전히 한 개인이 사재를 들여 수집,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

박물관은 뮤직박스관, 에디슨관, 본관등 3개 관으로 꾸며져있다.

뮤직박스관은 축음기 이전의 소리상자를 전시한 곳. 원통형, 원반형, 나무 롤러를 돌려 한정된 곡을 자동으로 연주하는 플레이어 피아노, 오르골 여러개로 다양한 악기소리를 내는 오케스트리온등이 있다. 뮤직박스를 싣고 축음기 광고를 하고 다녔던 1920년대의 자동차가 특히 아이들의 눈길을 끈다.

에디슨관은 축음기, 백열전등, 영사기등 에디슨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을 모아 놓은 곳. 60여종 500여점의 발명품과 그의 축음기 200여점이 있다. 에디슨관련 박물관으로는 소장품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한다. 이 곳의 하이라이트는 에디슨사에서 1870년대 최초로 양산한 대나무탄소필라멘트 백열전구의 시범점등. 물론 운이 좋아야 구경할 수 있다. 불을 켠 채 수명이 36시간인 이 전구를 5~10초간 시범점등하는데 전기를 이용한 인류 최초의 빛을 대하는 신비스런 순간이다. 전구소모가 아까운 듯 『끄라』고 소리치는 관람객도 있다.

본관에는 1,2,3전시관, 오디오감상실이 있다. 축음기의 발전과정과 각 시대의 명품이 전시돼있다. 초기 축음기의 스피커들이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관악주자들을 연상케한다. 오디어감상실에서는 축음기 소리와 최첨단 오디오 시스템의 소리를 비교하는 감상회도 마련한다.

참소리박물관은 소장품의 규모와 내용에 비해 외형이 보잘 것 없다. 뮤직박스관은 목욕탕, 본관은 상가건물을 인수한 것이고 에디슨관은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한 가건물이다. 공간의 부족으로 전시품은 40%를 넘지 못한다. 나머지는 창고에 쌓여있는데 큰 비라도 쏟아지면 바닥의 물을 제거하느라 직원들이 곤욕을 치른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짠 바람도 기기에는 치명적이다.

송관장은 개관 10주년인 2002년까지 강릉시내에 제대로 시설이 된 박물관 건립을 계획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다. 개인이 평생 모든 재산과 열정을 바쳐 모은 귀중한 문화유산을 이제는 강릉시나 정부가 나서 지키고 보존해야 할 차례이다.

/강릉=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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