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이스오프」에는 형사와 악당의 얼굴이 바뀌어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입장이 뒤집힌 두 주인공이 등장한다. 형사는 악당의 범죄사실을 캐내기 위해 사고로 의식을 잃은 악당의 얼굴피부를 떼내어 자신의 얼굴에 이식한다. 그 사이 정신을 차린 악당은 형사가 나중을 위해 보관한 얼굴피부를 대신 이식한 뒤 신분을 바꿔 행세한다.과연 영화처럼 사람의 얼굴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을까. 영화속의 얼굴바꾸기는 현대의학으로서는 불가능한 만화같은 이야기이다. 신체의 면역조직이라는 넘을 수 없는 산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신체 이식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자신의 피부를 이식하는 자가이식과 다른 사람 것을 이용하는 타가이식이다.
척추동물의 경우 자가이식은 문제가 별로 없으나 타가이식을 하면 면역조직과 충돌이 일어난다. 신체의 면역조직은 외부의 이물질이 침투하면 항체를 만들어 즉각 저항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얼굴을 이식할 경우에도 신체 면역조직의 저항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면역조직의 저항을 줄이려면 조직적합성 검사를 통해 이식대상자와 제공자 사이의 유전자형태 차이가 거의 없고 여러가지 항원들이 일치하는 조직을 이식해야 한다. 이 때문에 타가이식은 체질이 비슷한 사람사이에만 가능하다. 특히 피부이식은 거부반응이 심해서 다른 사람의 피부를 붙이면 봉합부위가 썩는 등 문제가 발생하므로 자가이식외에는 불가능하다.
얼굴은 조직이 극히 민감하고 다양한 생체호르몬이 분비되므로 타가이식이 더욱 힘든 부위이다. 가면 쓴 것처럼 매끄러운 얼굴이식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일 뿐이다.
최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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