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 한 곳에 초대형 농수산물 유통센터만 무려 3개?」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 농수산물시장 주변에, 대형 할인매장과 도·소매 기능을 겸비한 농수산물 물류센터 건립을 잇따라 추진, 중복·과잉 투자라는 지적이 일고있다. 특히 이들 시설은 서로 가깝게는 30㎙, 멀어야 반경 1.5㎞안의 동일 상권에 자리하고 있어, 사전에 「교통정리」내지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경우 기능중복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실태 월드컵경기장 예정지에서 남쪽으로 불과 30㎙떨어진 곳에 지난해 4월 개장한 마포농수산물시장이 있다. 마포구가 주민에게 신선하고 값싼 농수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시 소유의 건물과 토지를 빌려 내부 수리한 뒤 지상 2층 연면적 4,900평규모로 마련한 것. 시장은 도매시장과 재래시장의 중단 단계쯤으로 보이는 데, 내부의 3분의 1은 할인매장(마포마트)이다.
또 2001년 완공되는 월드컵 경기장안에는 농수산물과 공산품을 파는 8,200여평 규모의 대형 할인매장이 들어선다.
다시 북쪽으로 1.5㎞ 떨어진 상암택지개발지구 3공구에는 1만2,000여평규모의 서북권 물류센터(가칭)가 국고지원을 받아 월드컵 개최전까지 세워진다. 도매위주의 종합물류센터로 키운다는 게 시의 구상인데, 2,000여평의 매장은 일반 시민들이 소량의 농산물을 산지 도매가격으로 살수 있도록 꾸며진다.
경과와 문제점:시는 월드컵주경기장 부지가 97년10월 이미 확정됐는데도, 부지 코앞의 자원회수시설을 마포구에 빌려줘 이듬해 4월 50여원의 시설투자를 통해 마포시장을 열게 했다. 그런데도 시는 한달뒤인 98년 5월 월드컵경기장의 유지관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할인매장등 편의시설 설치를 시공설계에 반영했다. 근시안적 행정에 따른 중복투자의 시작이다.
물류센터는 시가 구로구 고척교 주변의 공터에 건립을 추진했으나 구로구의 반대로 여의치 않자, 마땅한 부지가 없어 결국 상암동으로 낙착된 것. 시는 『수도권 외곽순환도로및 가양대교가 개통되면 교통문제는 해소될 것』이라고 말하나, 남쪽에서 올라오는 물류의 특성상, 고속도로와 거리가 먼 이 곳이 적합한 지역인지 의문이 남는다.
대책과 전망: 뒤늦게 「유통센터 과밀화」를 깨달은 시는 일단 마포시장에 월드컵경기때 외국관광객을 위한 토속상품전시장을 두고, 장기적으로는 물류센터 건립과 연계해 이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초기시설 투자비만 50여억이 들어간 마포시장을 물류센터로 흡수할 경우 적어도 투자비만큼을 「이사비용」으로 보전해 줘야 할게 뻔하다. 또 국책사업으로 건설될 도매 물류센터에 구청 자회사(마포개발공사)가 운영하는 시장을 입주시키는 것이 가능한 지도 의문이다.
마포시장을 그대로 두되 인접 경기장내 할인매장을 만들지 않으면 어떨까.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게 될 경기장안에서 원스톱쇼핑은 불가능해진다. 또 동일상권안에 물류센터가 있는 한, 마포시장의 생존은 힘겨울 수 밖에 없다.
결국 어떤 해법이 제시돼도, 첫단추부터 잘못된 근시안적 ·비체계적인 행정으로 인해 막대한 혈세 낭비와 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유통 전문가들은 『경기장과 물류센터가 완공되기전에 미리 각 시설들간의 기능을 재검토, 퇴출여부나 기능 재정립을 하지 않으면 더 큰 혈세낭비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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