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드리웠던 짙은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 27일 금융시장은 「대우쇼크」에서 벗어나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였다.주식시장은 대폭락의 충격을 한번에 털어버리려는 듯 폭등장세를 연출했고 금리와 환율지표는 차분한 움직임을 보였다. 투신사 창구에 몰려들던 환매요구도 크게 줄었고 증권사 객장에는 다시 활기가 넘쳤다.
「급한 불」만 껐을뿐 불씨는 남아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우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떤 돌출변수가 등장할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완전히 가시려면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외시장에서는 외평채금리 급등세가 멈추지 않는등 여전히 싸늘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주식: 이날 주식시장은 종합주가지수가 이틀간 폭락한데 대한 강한 반발매수세가 초유의 폭등장세를 연출했다. 주식관계자들도 예상밖이라는 반응이었다.
금리와 환율 안정세를 비롯해 대우그룹에 대한 3조5,000억원의 신규자금지원이 완료되고 채권단이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한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 「개미군단」들이 대규모 사자주문을 냈다.
이와함께 정부의 유동성지원으로 힘을 얻은 투신권이 외국인들의 매도물량을 소화하면서 단숨에 900선을 넘어섰다. 1,000포인트 고지 재돌파의 기대감으로 술렁인 하루였다.
◆금리: 3년만기 회사채수익률과 국고채 수익률이 연이틀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투신 주원규(朱元圭)채권운용팀장은 『투신사에 대한 유동성지원 방침과 환매요구 감소로 대우쇼크 등에 따른 금리거품이 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회사채금리가 9%대 초반으로 되돌아가고 대우그룹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환율: 이날 외환시장은 시장의 기능에 따라 움직였다. 사자와 팔자간 세력이 치열한 공방을 벌인 가운데 원-달러환율이 소폭 내림세를 보였다. 외환전문가들은 대우문제보다는 수급요인에 따라 환율이 1,200~1,210원대에서 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은행 외화자금부 이창훈(李創勳)과장은 『대우쇼크가 잠잠해지면서 그동안 달러화를 과다매입했던 세력들이 보유물량을 내놓고 있어 환율은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해외시장: 해외투자자들은 아직도 「코리아리스크」를 염려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해외시장에서는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의 급등추세가 멈추지 않았다.
국제금융시장에서 26일(현지시간) 5년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는 미국 재무부채권(TB) 기준으로 전날보다 0.19%포인트 뛰어올라 2.30%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도 2.78%로 전날보다 0.13%포인트 올랐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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