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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어린이 주식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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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어린이 주식투자

입력
1999.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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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3명만 모이면 고스톱 판을 벌인다는 것은 옛 이야기가 되어 버렸고, 이제는 2명만 함께 해도 화제는 단연 주가다.직장인·주부·대학생등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주가 움직임이 큰 관심거리다. 특히 요즘처럼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다보니 주식거래를 하지 않으면 「왕따」를 당하게 되고, 옆 사람 기분이 나쁘면 그가 가진 주식 가격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확실하다는 말도 생겨났다.

■주식 대중화 현상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국민 2명중 1명꼴로 주식계좌를 갖고 있고, 2가구중 1가구가 적극적으로 주식투자에 나서고 있다. 주식 간접투자인 주식형 수익증권의 계좌 수는 최근들어 월 11만개씩 증가해 64만여개에 달하고 있다. 그 덕택에 증권사들은 회사당 하루 평균 14억원씩을 벌고 있고, 상반기 증권거래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2.7% 증가한 4,922억원이 걷혔다. 이미 올해 목표를 2배 이상 초과한 수준이다.

■마침내 주식 열풍은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번졌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정규 수업시간에 주식투자학습을 실시했고, 모대학은 여름방학을 맞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어린이 증권캠프」를 개설했다. 초등학교측은 실물경제를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고, 대학측은 건전한 증권투자 유도를 위한 사회공익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증시는 자본주의의 꽃이지만 이같은 주식 붐은 현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특히 IMF체제 진입 이후 부의 편중 및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극적인 돌파구로 주식투자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쉽게 많은 돈을 벌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하지만, 어린이들까지 주식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자칫 노동의 신성함을 과소평가하고 투기적인 재미에 길들게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실물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건전한 투자가 어떤 것인지는 좀더 자란 후에 배워도 결코 늦지 않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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