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투신사 자금지원 조치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정부는 투신사 자금지원이 시장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일 뿐 아니라 공개시장조작에 입각해 정상적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인 만큼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과 학계 일각에선 특정 금융부문을 살리기 위해 국민세금과 다름없는 발권력이 동원된다는 사실에 비판적 주장을 펴고 있다.
우선 「반대론자」들은 통화증발로 인한 인플레 가능성 예금기관 아닌 투자기관의 지급능력을 중앙은행이 보장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 여부 등을 지적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투신사는 은행과는 달리 스스로 자기 책임하에 투자하는 기관』이라며 『이런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이나 다름없는 중앙은행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배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중앙은행의 발권력은 「예금자보호를 위한 최종대부자」라는 차원에서 동원되어야하는데 예금보호기관이 아닌 투신사에 중앙은행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인플레 기대심리가 점증하는 상황에서 인플레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중앙은행 발권력이 동원될 경우 거시경제 안정기조를 해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이날 『투신업계에 대한 유동성지원은 오히려 해외금융시장의 불신을 심화시킬 수 있는 단편적 대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은행의 입장은 단호하다.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대우처리도, 거시경제안정도 불가능하며 이번 조치는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제2의 금융위기」에 대한 예방차원에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앙은행엔 예금자 안전도 중요하지만 금융시장 및 지급결제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도 주어진 임무』라며 『투신사는 채권·주식시장의 핵심에 있는 기관인 만큼 유동성 위기가 닥친다면 전체 금융시장이 붕괴할 수도 있어 중앙은행이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탈이 도산위기에 처하자 미국연준(FRB)이 즉각 자금지원에 나선 바 있다』며 『헤지펀드든 아니든 시장을 지키기 위해 중앙은행은 당연히 예방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이번 조치는 89년 12·12 조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12·12조치는 주가부양을 위해 투신사에 저리(연 3%)로 주식투자자금을 대준 것으로 명백한 잘못이지만 이번 지원은 한국은행이 투신사에 팔았고 언젠가는 되사줘야할(공개시장조작) 통안증권을 다소 미리, 더구나 시장금리로 매입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특혜논란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정부관계자는 발권력 동원에 따른 인플레 논란에 대해서도 『지금은 인플레압력도 없고 논할 단계가 아니다』며 『시장붕괴와 장래의 인플레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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