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아라고 내 몬 자식이 「훌륭한 시민」 표창을 받았다. 이제 그 자식이 돌아오면 받아 주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16일 등급 보류 판정(상영 불가)을 받은 장선우 감독의 영화 「거짓말」이 56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그러나 「경사」를 접한 영화팬과 영화계는 혼돈스럽다.
영화는 원작부터 소란의 한 가운데 있었다. 조각가와 여고생의 사랑을 다룬 소설가 장정일씨의 원작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97년 파격적 성행위 묘사로 판매금지됐고, 작가는 음란물제작혐의로 구속됐다.
물론 그 때도 「창작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행위」라며 일부 문인들은 반발했지만, 소설가의 손은 사법에 결박당했다. 그렇게 매장됐던 「내게…」가 영화라는 장르로 「부활」한 것이다.
외국 영화제 진출이 곧바로 예술성에 대한 「인증」이 될 수 없듯_베니스 영화제는 아시아의 성적(性的) 영화에 관대한 편이다_예술성이라는 이름이 사회적 규범 타락의 「면죄부」가 될 수도 없을 것이다.
또 현실은 훨씬 추악함에도, 「건전한 성풍속」을 주장하는 우리의 등급 제도는 위선적이고, 외국영화제 참가로 변죽을 치고 핵심을 공략하겠다는 제작사의 태도도 상업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등급외 전용관」 주장이 다시 나온다. 이쯤에서 관객들은 묻고 싶다. 영화에는 정말 섹스 이상의 진실이 담겨있는지, 세계화시대라는데 우리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잣대는 세계적 안목과 왜 정반대인지.
공개시사회는 어떨까? 사람들은 더이상 혼란에 빠지고 싶지 않다. 「내게 변명을 해 봐」. 감독과 등급위 둘 다에 묻는 말이다.
박은주문화부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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