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대우 대책」으로 금융시장이 안정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국민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대우 사태가 어떻게 이런 상황에까지 오게 됐는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용할 것인지, 또다시 국가경제가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거리가 한둘이 아니다.IMF체제 진입후 투명성 제고를 그렇게 강조해 온 정부와 재벌은 가장 큰 문제점을 숨기고 있었고, 마침내 환부가 곪아터지는 지경이 되어서야 실상을 밝혀 결국 국민을 기만한 꼴이 됐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대우는 사실을 솔직히 밝히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대책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정부는 대우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다. 지난주 문제가 본격화할 때 이미 시장에 다 반영됐다며 금융시장의 큰 동요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사태는 「금융공황」이 우려될 정도로 급격히 악화했고, 마침내 휴일에 긴급 회의를 열어야 했다. 정부는 금융시장의 취약성과 민심의 동향을 너무 몰랐다.
정부가 25일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과 대우 구조조정 가속화라는 대책이외에 대우쇼크를 극복하기 위한 뾰쪽한 방법은 없다. 따라서 이제 문제는 그 대책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는 두더지 잡기식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처방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을 제시해 위기 극복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야 한다.
한국은행도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은의 투신사 지원은 금융시장의 안정 회복을 위한 핵심이다. 돈이 계획대로 돌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무제한 자금공급에 따른 인플레 발생 우려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채권단도 자사 이기주의나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해서는 안된다. 정부의 지원은 곧 국민의 부담이다. 또한 악성루머를 근절시켜야 한다. 근거 없는 루머에 따른 심리적 공황은 위기 극복을 저해하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
대우의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우중회장은 대우의 각종 문제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대우 구조조정 성패의 열쇠를 쥐고 있다. 김회장은 그동안 온갖 추측이 난무하던 대우의 부채규모를 밝혔지만, 각종 의문에 대해서도 솔직히 사실을 밝혀 시장의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대우도 살고 김회장도 명예롭게 물러설 수 있다.
시간은 더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절박한 상황이지만, 미봉책은 안된다. IMF 구제금융을 받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문제를 일단 넘기고 보자는 식으로 철저하고 근본적인 해결을 미뤘기 때문이다. 정부·한은·채권단·대우가 한치의 오차 없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1년반전의 교훈을 벌써 잊어서는 안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