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대통령의 26일 기자회견문에는 뜻밖에 한나라당과 이회창(李會昌)총재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양자간 갈등관계가 수면아래로 잠복하는 것일까.그러나 상황은 전혀 그렇지않은 것 같다. 민주계의 한 중진인사는 이날 이총재에 대한 김전대통령의 시각을 보여주는 두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첫번째는 YS의 「한나라당 제2중대 발언」직후인 지난달 말 부산을 방문했던 이총재의 언급과 그에 대한 YS의 반응. 이총재는 당시 『두사람 사이에 큰 오해는 없다』고 말했으나, 어찌된 셈인지 YS에게는 이총재가 자신을 가리켜 「동지적 관계」라고 표현한 것으로 전달됐다. 이에 YS는 『이총재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한 것은 김영배(金令培·당시 국민회의 총재대행)가 DJ한테 동지적 관계라고 건방을 떤 것이나 같다』고 냉소에 붙였다고 한다.
두번째는 정치자금에 관한 이야기. YS는 최근들어 민주계 인사들에게 『내가 도와주라고 하면 도와줄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그렇지만 이회창은 정치자금을 만들 능력도, 도움을 줄 능력도 없다』고 말한다는 것. YS의 언설은 신당창당설과 관련, 자신의 자금 동원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반박하는 동시에 이총재의 상대적 「약점」 버르집기로 해석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양자관계가 쉬 풀리기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성 싶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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