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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14. 카프카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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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14. 카프카의 '성'

입력
1999.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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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 율법인 「성」(城)에 복종하는 마을이 있다. 토지 측량기사 K가 이 성으로부터 초청을 받고 눈내리는 한겨울 마을에 온다. 마을사람들은 그가 어디서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왔는지 모른다. 다음날부터 K는 임무를 다하기 위해 성에 가려 한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의 냉대로 그는 성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성의 관리인 클람의 애인인 여관 종업원 프리다를 끌어들이고, 성의 두 조수에게도 접근해 보지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주일동안 고투(苦鬪)를 계속되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1922년 1월부터 9월까지 프란츠 카프카가 폐결핵의 고통 속에서 집필한 「성」은 여기서 미완성인 채로 끝난다. 카프카가 친구 M 부로트에게 전해준 바에 의하면, 이 작품은 계속 성에 들어가려 하던 K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을 지경에 이르렀을때 성으로부터 조건부 체재를 허락한다는 통지서가 도착하나 결국 성에 들어가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

「성」은 완전한 것, 최고의 존재에 다가가려는 카프카의 동경(憧憬)을 가장 분명하고 끈질기게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성은 여러가지 상징으로 해석된다. 유대인인 카프카로서는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율법」이다. 그 율법은 곧 세계이고 초월적인 것이다. 그것과 인간사이에 가로놓여진 심연, 그것을 K는 끝없이 가로 지르려 한다. 성은 「신의 은총」이기도 하다. 신의 존재를 알면서도 신에 이르지 못하는 절망의 신학. 「절대적 자유」도 된다.

「성」의 꿈과 같은 정경묘사, 긴 대화에 의한 명확한 세부묘사와 불투명한 내부는 독일 표현주의 문화, 쉬르레알리즘, 실존주의의 상징이다. 그러나 20세기 「성」의 가치는 이런 외부적 신화에 있지 않다. 환상과 몽상속에서 발견되는 현대인의 소외와 내면적 고독, 비인간화와 구원의 문제에 대한 좌표 제시. 그러나 K처럼 카프카가 현대인의 분열되고 물질화한 정신세계와 정면대결을 벌여 고독을 극복하고 완전한 인간실존에 다가가려 하면 할수록 그 「실존」은 베일에 가려지기만 했다. 그래도 끈질기게 그것에 다가가려 했던 카프카. 인간이 그 「실존」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지 못하는 한 「성」은 영원하다.

프란츠 카프카

1883년 7월 3일 프라하 출생 1901년 프라하대학 입학(법률학) 1908년 노동재해보험협회 입사 1913년 「판결」과 「아메리카」의 제1장 「화부」발표 1917년 약혼녀 바우어와 이별, 「중국의 만리장성」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집필 1923년 유대계 처녀 도라 뒤만트와 동거, 「작은 여인」「단식인」 탈고 1924년 6월 3일 빈 근교 키를링요양원에서 폐결핵으로 사망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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