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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수행평가와 교육소외

입력
1999.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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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각 지역의 사회복지시설은 봉사활동을 하겠노라는 중·고교학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각급 학교가 봉사활동을 방학 숙제로 내주면서 대상이 되는 양로원 장애인시설 명단을 유인물로 나눠주었기 때문이다.학생들은 『제발 봉사 좀 하게 해달라』고 조르고, 일손이 필요없거나 어린 일꾼들이 성가신 각 시설은 이들을 되돌려 보내느라 진땀을 뺀다. 일부 학교에서는 전가족이 함께 봉사활동을 한 뒤 사진등 「증거물」을 가족신문이나 보고서형식으로 내도록 했다. 봉사활동은 반드시 시설기관장의 확인도장을 받아야 한다. 이웃의 불우한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은 개인을 도와봤자 인정을 받지 못한다.

학생들이 방학중 자원봉사점수를 따기 위해 공공기관이나 시설을 찾아다니는 것은 몇 년 전부터 볼 수 있었던 일이다. 이번 여름방학은 그런 현상이 더 심해졌다. 수행평가 때문이다.

교육부는 새 학교문화 창조를 위해 98년 10월 학교교육 종합개선안을 발표한 이후 올해부터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를 병행하도록 했다. 수행평가 덕분에 학습과제는 훨씬 다양해졌고, 일방적이고 주입식이었던 수업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아직도 교사들은 수행평가를 어떻게 해야 좋은지 잘 모르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더 심하다. 교사 자신도 잘 모르는 전문적인 과제를 내주는 일도 잦다. 학생숙제는 학부모숙제가 돼 버렸다. 우리구의 생활쓰레기 실태를 알아와라. 부모님의 전기를 만들어내라, 가족이나 친척들의 직업현장을 가 보고 소감문을 써내라등 요구도 가지가지이다.

이처럼 과제가 어렵자 갖가지 비교육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창의력을 키우고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실시된 수행평가가 교사와 학생들의 짐을 무겁게 하고 과외를 부추긴다는 비난도 거세다. 학생들은 베껴 써내기 일쑤고, 수행평가 지도를 하지 않는 보습학원은 인기가 없다. 평가의 객관성이 문제가 되자 학기 중간까지 실시했던 수행평가를 백지화하고 신문사설 스크랩만으로 거의 전원에게 만점을 준 고교도 있다. 글짓기 그림그리기등 교내 행사를 수행평가항목으로 만들어 입상자순위를 수행평가성적으로 조작해 말썽을 빚은 학교도 있다.

그러나 수행평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운영상의 잘못으로 인해 교육소외를 빚어내고 있는 점이다. 집안에 여유가 없거나 학부모의 학력이 낮은 경우는 제대로 과제를 해결해내기 어렵다. 컴퓨터를 이용한 과제물 제출의 경우 집에 컴퓨터가 없는 학생들은 왕따가 될 수 밖에 없다. 각종 과제물을 컴퓨터로 보기 좋고 이쁘게 만들어내는 학생과 학부모가 자녀들의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어려운 가난한 집안과는 처음부터 경쟁이 되지 않는다. 현행 수행평가는 이처럼 교육에서의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아무리 취지가 좋고 꼭 필요한 제도라도 문제점이 많으면 수정·보완해야 한다. 수행평가 실시 전부터 교사단체는 평가도구 개발, 충분한 교원연수, 학급당 학생수 감축이 선결요건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시·도교육청 평가에 수행평가실적을 반영함에 따라 시·도교육청은 준비가 부족한채 수행평가를 지시했고 예상대로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5월초 학교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실시토록 하라고 수정지시를 했지만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자율성이 발휘되지 않고 있다. 또 여건을 감안해 모두가 수행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제도 자체가 죽는다.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수행평가의 적절성 일관성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교사들을 위한 연수를 강화해야 하겠고, 교사들은 그야말로 학생들의 여건과 지역현실에 맞는 과제를 내주도록 해야 한다. 수행평가가 교사와 학생들에게 요령과 거짓말을 가르치거나 교육소외를 조장하는 제도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yim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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