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당창당 왜 서두르나 -국민회의가 23일 신당 창당방침을 공식천명, 바야흐로 정국은 「창당 국면」에 접어들었다. 국민회의의 신당창당은 국민회의 자체의 이벤트로 머물지 않고 공동여당인 자민련은 물론, 야당인 한나라당에도 직·간접적으로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국민회의가 자민련과 김종필(金鍾泌)총리의 반대로 양당의 합당을 기초로 한 「2+α」 방식의 신당창당이 무산된 뒤에 발빠르게 「1+α」형식의 독자 신당창당을 서두르는데는 여러 노림수가 있다.
우선 국민회의는 현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강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임기후반 정국주도권이 걸린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독자적으로라도 당의 면모를 일신하는 작업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 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22일 광양에서 신당창당 언급을 한지 하루만에 이만섭(李萬燮)총재대행이 기자회견을 통해 창당방침을 밝히는 「속도전」을 펴고 있는 것은 이같은 절박감을 반영한다.
국민회의는 또 개혁정당과 전국정당을 양대 이미지로 한 「국민의 정당」 창당을 서두름으로써 정국의 흐름을 주도하려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개혁과 지역구도 타파라는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공동여당 파트너인 자민련과 김총리에게 『당신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의미도 있다. 국민회의가 신당창당을 통해 독자적인 세(勢)확장을 꾀할 경우 자민련의 당세와 지위는 상대적으로 왜소해 질 수밖에 없다.
자민련도 어떤 형태로든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고 국민회의는 은근히 자민련이 신당창당대열에 합류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노렸을 수 있다. 국민회의가 신당창당방침을 밝히면서도 창당작업의 완료시기를 연말까지로 늘려잡은 점 등이 주목을 끈다.
하지만 국민회의의 신당창당작업이 계획대로 잘 추진될 지는 미지수다. 당장 야당의 발목잡기가 시작 될 것이고 자민련의 견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 정치자금과 외부환경동원등의 수단들도 옛날 같지 않다.
/이계성기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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