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정계개편 움직임과 관련해 수동적·수세적 위치에 있던 한나라당이 능동적·공세적으로 자세를 고쳐 잡았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3일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정치세력을 모으겠다』며 여권의 정계개편을 맞받아 칠 뜻을 밝혔다. 이총재는 전날에도 『새로운 정치를 위한 정계개편을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며 속내를 내비쳤고, 앞서 21일에는 당내 초재선모임인 희망연대가 『「2+α」론에 맞서 재야, 충청권 여당의원, 무소속의원을 영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기도 했다.실제로 당의 공식·비공식 라인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금은 (영입대상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는 핵심측근의 말은 물밑접촉이 「현재 진행형」임을 반증한다. 얼개는 짜여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자민련 현역의원들과도 접촉하고 있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같은 기류에 대해서는 두가지 독법(讀法)이 가능하다. 먼저 『들썩대는 집안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상대 집을 들쑤시는 게 낫다』는 전술적인 판단으로 읽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이총재가 「그랜드플랜」을 본격 가동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랜드플랜」이 가깝게는 내년총선을 겨냥한 것이라면 늦어도 정기국회전에는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한나라당이 공을 들이고 있는 인재들의 면면은 「새로운 정치세력에 의한 선진 정치」라는 구절에서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이 경우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있는 소장 교수를 비롯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등 후원그룹의 인사들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정계개편, 또는 역(逆)정계개편은 「당쇄신책」에 가깝다.
자민련 현역의원 영입설에는 별 무게가 실려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핵심측근은 『몸집 불리기가 능사는 아니다』라며 『전업정치인이 아니라 전문정치인이 영입 대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이날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대행의 기자회견에 대해 『(정계개편에 대한) 여권의 말 바꾸기는 우리 당의 감시망을 느슨하게 만든 뒤 결국 빼내가겠다』는 뜻이라고 비난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