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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경영스타일비교] '나홀로 경영'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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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경영스타일비교] '나홀로 경영' 닮은꼴

입력
1999.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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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와 주총은 거수기…처음부터 끝까지 내가』(정주영현대명예회장) 『정치와 관료는 불가원 불가근』(이건희삼성회장) 『시장에 금 그어져 있나, 끼여들면 내 시장』(정태수전한보총회장)한국과 미국 일본의 대표적 기업가들의 경영철학 및 스타일을 비교, 「경영자의 캐릭터」 관점에서 우리 경제의 취약점을 분석한 논문이 나왔다. 한신대 국제사회학부 배준호(裵埈皓)교수는 23일 「한국의 경제위기와 경영자의 자세_한미일 경영자 12인 자세비교」라는 논문에서 『우리나라의 최고 경영자들은 「토지신화」에 길들여져 본업을 통한 수익증대를 소홀히 하고 독단적 의사결정과 차입을 통한 규모확대 및 시장점유율 증대에만 연연했다』고 지적했다.

배교수는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과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창업자, 미쓰비시 창업자 이와사키 야타로등 한국과 미국 일본의 대표적 기업인 4명씩을 선정, 경영철학과 의사결정방식, 종업원관, 경영승계방식, 회계처리와 이윤, 어록, 이미지등 11개 항목에 걸쳐 비교 분석했다. 배교수는 한일 경상학회와 일본 동아시아 경제경영학회의 공동주최로 내달 2~4일 일본 기누가와(鬼努川)에서 열리는 「제14회 한일 경제경영회의」에서 이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기업인으로 분석대상이 된 정주영(鄭周永) 이건희 정태수(鄭泰守) 이찬진(李燦振)씨 등은 기업지배와 의사결정방식에서 공통적으로 「1인경영」을 통한 전권행사 스타일을 보였다. 배교수가 「노파심 경영자」로 꼽은 삼성 이회장은 「사장단 회의면 됐지 무슨 이사회와 주총? 처음에는 같이, 마지막에는 아무래도 내가」라는 성향을 보인다고 배교수는 분석했다. 이회장은 그러나 「인재」와 「인화」를 중요시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정주영현대명예회장의 이미지는 「불도저 경영자」. 경영철학과 경쟁기업관면에서 『긍정적 사고와 선비다운 여유를 잃지 않는 상부상조』를 강조해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기업지배구조에서 이사회와 주총을 「거수기」에 불과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용을 밑천으로 한 「적당한」 회계처리와 이윤철학은 경제위기의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대우 김우중(金宇中)회장은 논문에 등장하지 않지만 배교수는 김회장을 『외줄 자전거타기를 하는 서크스 단원』에, 그의 경영철학을 『세계경영이라는 이름의 「도박」』이라고 분석했다. 1인 기업지배구조는 다른 기업가와 똑같았으나 「남을 죽이고 사는 길은 좋지 않다」는 공존공영의 철학을 견지해온 것으로 평가했다.

논문에서 「실패한 경영자」의 사례로 든 한보 정회장은 『「눈먼 돈」이면 무엇이든 끌어다 크게 불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시장과 사업분야에 끼여드는 「의존형경영자」로 꼽혔다.

4사람의 종업원관도 독특하다. 이회장은 「가공전 보석 원석」으로 정명예회장은 「분신적 도구」로, 한보 정회장은 「머슴」, 이찬진씨는 「라면친구」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들의 자서전과 신문보도, 각종 사내외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배교수는 『지금까지 한국경제의 문제는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만 논의돼 최고경영자의 스타일 문제는 상대적으로 가려져 왔다』며 『기업가의 캐릭터 분석을 통해 경제 위기의 원인과 취약점을 짚어봤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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