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외로 빠른 경기회복과 함께 지속돼 온 물가 안정이 사실은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은행은 22일 올 상반기중의 물가안정은 환율하락에 의해 주도된 것이므로 물가안정기조의 정착으로 보기 어려우며, 하반기부터는 비용과 수요 양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통계로는 상반기중 물가가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올랐고, 앞으로도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 임금 상승, 과열기미를 보이고 있는 주식과 부동산시장등이 맞물려 물가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상반기 소비자물가가 지난해말에 비해 0%,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6% 상승에 그쳐 소비자물가 조사가 시작된 6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히고, 당분간은 물가안정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당초 3% 내외로 전망했던 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 안팎으로 하향 조정했다.
객관적 분석이 가능한 물가에 대해 정부와 한은이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어느 한쪽이 잘못 분석했는지, 사실을 숨기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물가불안에 조속히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경기가 좋고 안정돼 있어도 물가를 위협하는 요인은 항상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주변에는 위협요인들이 이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경기회복을 위해 푼 돈이 시중에 넘쳐흐르고, 소비형 수입과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김대중대통령은 광복절에 종합적인 중산층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중산층 대책은 물가안정이다. 물가상승은 자산소득자의 실제 소득을 높이지만, 봉급생활자의 소득은 낮춰서 계층간 소득격차와 위화감을 심화시킨다. 때문에 물가안정 없는 중산층 대책은 모래 위의 집과 같다.
오름세로 돌아선 장기금리,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증시, 늘어나는 외국인 자금유출, 대우등 재벌 문제,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설등 심상치 않은 대외요인등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마저 오르면 중산층은 쉽게 무너지고 경제는 다시 위기에 빠질 우려가 높다.
물가는 한번 오르면 끌어내리기 힘들다. 물가를 위협하는 요소들을 미리 찾아내 방지해야 한다. 정부는 한은의 분석에 귀를 기울여 금리·통화정책에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너무 경기회복에 집착하다 안정을 해치게 되면 경기회복의 의미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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