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강한 집착을 보여 온 「1달러=120엔」의 엔고 저지선이 무너졌다.21일 이틀만에 문을 연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방어에도 불구하고 19일보다 달러당 1.42엔이 오른 118.98~119.01엔에 종장했으며 22일에는 달러당 118엔선 붕괴를 위협할 정도의 상승세를 지속했다.
「혼자 살기」라는 아시아 각국의 비난을 무릅쓰면서 지키려고 했던 저지선의 붕괴로 일본 통화당국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됐다. 일본 단독개입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면서 미국의 협조가 인위적인 시장조절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 준 때문이다.
일본 당국은 6월 모두 220억달러 규모에 이른 네차례의 시장개입에서 엔화를 달러당 122엔선으로 후퇴시키는 데 성공했다. 당시의 개입은 엔저 유도라는 적극적인 성격이 강했다. 5일의 개입때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이 일본의 시장개입을 비난하고 나서면서 미국의 협조개입에 대한 우려는 깨끗이 사라졌다. 시장 분위기의 변화는 일본 단독개입의 성격까지 바꾸었다.
15일 도쿄시장, 20일 뉴욕시장, 21일 도쿄시장에 잇달아 엔화를 풀었으나 엔화를 끌어 내리기 보다는 더이상의 급속한 엔고는 막아야한다는 소극적인 개념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 미국의 수수방관을 확신한 투자자들은 엔고 차익을 겨냥, 방출된 엔화를 열심히 사들였다.
엔고 저지선 붕괴는 시장개입 정책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현재의 엔고 흐름은 일본의 경기회복 조짐에 따라 주식과 채권 등 엔화 표시 상품을 사려는 엔화 수요가 늘어난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당국은 엔고가 수출기업의 주가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어 경기 회복을 막으리라는 우려에서 주가와 엔화의 자연스러운 동반 상승을 억지로 분리해 대처하는 모순을 거듭했다.
극에 이른 모순이 폭발, 엔화가 원래의 상승세를 되찾은 국면을 두고 일본 당국이 어떤 처방을 낼 것인지가 주목된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