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개편의 물살이 가파르다. 21일 DJP의 청와대회동직후 김종필총리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신당창당 움직임이 급류를 타고 있다. 김총리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을 한사코 부인했으나 「헤쳐모여」의 외양은 역시 「2+알파」가 기초다. 이를 위해 국민회의의 핵심당직자들이 전면에서 뛰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김대중대통령의 의중이 실려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그렇다면 김대통령은 김총리의 반대를 무릅쓰고 양당 합당은 물론, 여권의 총체적 재배치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게 정가의 시각이다. 많은 사람들은 DJP가 내년총선 전략으로 이미 양당 합당은 물론, 「헤쳐모여」식 신당창당에 합의한 것으로 믿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토대위에 5공인사등 야당 일부와 무소속을 영입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역적으로는 호남·충청에 수도권 일부와 TK가 합류하는 90년의 3당합당과 비슷한 구도다. 결과적으로는 「PK고립화」다.
정치권이 총선전략으로 「헤쳐모여」를 하든, 흡수통합을 하든 그들의 자유다. 다만 거기엔 나름의 필요성과 명분이 있어야 한다. 정당의 생성은 시정의 이합집산과는 달라야 한다. 이념과 정강 정책에 따라 정당은 언제라도 다른 당과 합치거나 헤쳐서 다시 모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여권이 구상하고 있는 신당은 이런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선 김대통령은 여권이 구상하고 있는 신당이 과거 자신이 『망국적 지역감정을 볼모로 한 야합』이라고 비난했던 3당합당과는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야 한다. 어느 한 지역을 고립시키는 과거의 3당합당식 이합집산은 정치발전을 가로 막는 암적존재다. 또한 신당이 추구하는 이념이나 정강은 도대체 무엇 이길래 지금까지 국민회의의 정강정책을 진보적이라고 비난하던 사람들까지 영입하려고 공을 들이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만약 신당이 정체성 대신 「권력나누기」나 이익제공을 바탕으로 추진된다면 이는 또다른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호남지역을 고립시켰던 3당합당의 붕괴는 결과적으로 오늘날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킨 동인(動因)이었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신당은 명분과 당위성을 제시해서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욕(老慾)의 야합」이라는 세간의 비난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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