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에 바닷가를 달리는 스키? 눈이 녹은 후 한숨만 쉬고 있을 스키마니아들의 귀가 번쩍 뜨일 소리이다. 물론 수상스키나 잔디스키가 아니다. 진흙 밭을 신나게 미끄러지는 갯벌스키이다. 최근 레저·여행단체인 한국탐험클럽은 바닷가 갯벌에서 스키와 비슷한 스릴과 활주감을 느낄 수 있는 갯벌스키를 자체 개발, 8월초부터 갯벌스키체험여행을 실시한다.갯벌스키는 서해안 주민들이 사용하는 「밀대」의 원리를 이용한 것. 밀대는 갯벌에서 채취한 해산물을 손쉽게 운반하기 위한 도구로 사람 하나가 누울 수 있는 크기의 널판지이다. 한쪽 무릎을 밀대에 대고 다른쪽 다리로 갯벌을 지치면서 이동한다.
갯벌스키의 활주는 밀대와 마찬가지로 수분을 머금어 마찰계수가 작아진 고운 흙에서는 모든 것이 미끄러진다는 원리에 착안했다. 일반 스키와 똑같이 스키에 신발을 부착하고 양손으로 폴대를 지치며 나아간다. 스키는 가벼운 플라스틱 제품으로 일반스키와 스노보드형태의 두가지이며 일반 스키에 붙이는 부착형도 있다. 폴대는 갯벌에 깊이 박히지 않고 쉽게 뽑아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갯벌스키는 고운 진흙 갯벌에서만 가능하다. 모래가 조금이라도 섞여있으면 물이 쉽게 빠지고 마찰계수가 커져 미끄럼을 지칠 수 없다. 팩을 하는 고운 머드나 진흙레슬링의 링을 상상하면 이해가 빠른데 인천 강화도, 충남 보령군 일대의 해안이 적지로 꼽힌다.
물론 눈언덕을 활강하는 겨울 스키에 비해 속도는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조건이 좋은 갯벌을 선택해 물이 적당히 빠진 최상의 조건(썰물 직후)에서 지치면 평평한 아스팔트 위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정도의 속도까지 이를 수 있다. 진흙을 이용한 슬로프를 만든다면 훨씬 더 큰 스릴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갯벌스키의 장점은 고가의 장비가 필요없고 안전하다는 것. 플라스틱으로 만든 스키와 폴대등은 양산이 시작되면 18~20만원선이이고 부착형은 7~8만원이면 족하다. 고골이나 장갑, 두터운 스키화는 필요없고 수영복이나 반바지 차림에 선글라스만 걸치면 그만이다.
강하게 충돌하지 않는 이상 부상의 염려도 거의 없다. 갯벌의 진흙은 완충효과가 커 넘어지더라도 괜찮고 넘어져 온몸에 흙을 뭍히게 되면 그 자체로 머드팩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갯벌스키의 현장은 얼굴 곳곳을 진흙으로 화장한 코믹한 표정 때문에 환한 웃음이 번진다. 아이들은 갯벌생태계를 공부할 수도 있어 여러모로 유익하다.
한국탐험클럽의 황영철씨는 『천혜의 갯벌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발전 가능성이 많은 종목』이라며 『겨울을 기다리는 스키광들은 물론 안전하고 저렴한 여름레포츠를 찾는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탐험클럽은 현재 갯벌스키용어와 장비에 대해 특허출원을 해 놓은 상태이다. 갯벌스키체험여행은 8월 7, 8일과 14, 15일 충남 보령군 대천해수욕장 인근에서 열린다. 참가비 대인 7만2,000원, 소인 5만5,000원.(02)3486-2567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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