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부산교도소에서 신창원 조사에 여념이 없던 서울경찰청 폭력계 홍모경장의 핸드폰이 잇달아 울렸다. 『신에게 털렸다는 가락동 집이 홍경장님댁이 맞죠』 『김모씨가 홍경장님 부인이름이죠』핸드폰을 타고 들려오는 기자들의 목소리는 하나같이 이런 내용이었다.홍경장이 지난해 7월까지 살던 서울 송파구 가락동 모빌라 202호는 97년 10월3일 오전 2시께 도둑을 맞았다. 베란다로 침입한 도둑은 집안을 뒤져 핸드백에 들어있던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 5매와 현금 40만원 등 총 90만원을 털어 달아났다.
당시 송파경찰서 형사과에 근무하던 홍경장은 연일 계속되던 야근때문에 집을 비워두고 있었다. 다음날 다급한 아내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집이 도둑맞은 사실을 알게된 홍경장은 『사람 안 다쳤으면 됐다』는 말끝에 쓴웃음을 머금지 않을 수 없었다. 『도둑 잡겠다고 잠복근무하는 사이 정작 우리집이 털렸군…』
쓴웃음 지을 일은 몇달뒤 다시 일어났다. 98년1월, 홍경장은 신창원이 충남 천안에 나타났다가 남긴 유류품 가운데 10만원짜리 수표가 자신의 집에서 나온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결국 자신의 집에 다녀간 도둑이 신임을 확인한 홍경장은 다시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올해 3월 서울경찰청 폭력계로 자리를 옮긴 홍경장은 신창원 수사본부에 자원했다. 계속되는 야근과 밤낮없는 잠복근무가 이어졌지만 신을 잡겠다는 의욕만은 누구보다 충천해있었다. 자신부터가 신의 피해자라는 사실이 그를 더욱 더 자극한 까닭이다. 결국 지난 16일 신이 검거됐다는 소식을 접한 홍경장은 누구보다 앞서 부산으로 향했다.
『경찰관집이 당했다고 왜 이상하게만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집에 못들어가는 날이 많기 때문에 경찰관집도 의외로 도둑을 자주 맞아요』
며칠동안 잠을 제대로 못잤는지 홍경장의 목소리는 쉬어있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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