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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배로즐기기] 클래식과 사귀려면 라디오에 취하라

입력
1999.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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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똑 같잖아』 이런 말이 절로 나올 때가 있다. 너무나 비슷한 사건이나 인물. 아니면 기막히게 현실을 예측한 이야기. 『우연의 일치겠지』하면 그만이지만, 영화를 통해 상상이나 가정이 아닌 「바로 지금」을 보면서, 하나하나 비교하는 맛도 있다.단순히 지나간 사건의 재현이라면 쉽다. 그러나 영화가 기획이나 제작 단계에서 개봉 시점의 일을, 그것도 뉴스의 머리를 장식할 사건을 정확하게 그려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막히게 들어맞은 영화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사건. 스캔들이 확산되고 있을 때 배리 레빈슨 감독의 「왝 더 독」(Wag The Dog)이란 영화가 화제였다. 영화는 르윈스키가 백악관에 견학 온 어린 걸스카웃으로 바뀌었을 뿐, 스캔들을 진화하는 전개 과정이 현실과 비슷했다. 영화 속 대통령은 가상전쟁을 일으키고 현실의 대통령은 테러의 응징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수단을 공격했다.

96년 알 파치노 주연의 「시티홀」(감독 해롤드 베커)은 국내 개봉 당시 온갖 부정과 부패로 얼룩져 「복마전」이란 소리를 듣던 서울시를 연상시켰다.한국영화로는 95년 「돈을 갖고 튀어라」(감독 김상진)가 있었다. 건달(박중훈)이 우연히 자기 통장에 입금된 100억원 때문에 겪는 소동을 그린 단순한 코미디. 그러나 때마침 「돈세탁」 「차명계좌」란 용어를 앞세운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이 터져 풍자극이 됐다.

16일 탈주범 신창원이 잡혔다. 때맞춰 31일 개봉하는「인정사정 볼 것 없다」(감독 이명세). 영화 속 범인 장성민(안성기)의 행태가 신창원과 너무나 닮았다 해서 화제다. 수사망을 번번이 용의주도하게 빠져나가고, 수억원이 든 현금가방을 들고 다니고,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숨겨주는 여자가 언제나 등장한다. 특히 변신의 귀재다. 우편 배달부, 장교, 마약상, 인텔리 등 여덟가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영화는 현실의 투영인가?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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