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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다시 폭풍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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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다시 폭풍 속으로

입력
1999.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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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다시금 폭풍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적어도 이것이 필자의 「제일감(第一感)」이다. 도대체 경제성장률이 7.5% 또는 심지어 8%를 바라보고 외환보유고가 600억 달러를 상회하고 있는 마당에 무슨 잠꼬대인가 하고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LCD 수출이 사상최대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고, 우리나라 증시 역시 올 들어 아시아에서 최고의 상승률을 자랑하고 있는데 폭풍은 무슨 폭풍이란 말인가.그러나 앞산의 날씨가 화창하다고 폭풍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불행이란 언제나 아무런 준비도 갖추지 못한 때 마치 도둑처럼 찾아 오기 마련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9월 이후 구조개혁에 관한 한 아무 것도 본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저금리를 통해 추가적인 위험만 양산해온 것이 문제였다. 한편에서는 상처가 계속 곪아서 터지기 일보직전인데도 IMF가 하라고 주문한 것을 몇 가지 실천하고서는 마치 그것이 자신의 공인 양 서로 자랑하고 시샘하다가 진짜로 어려운 숙제를 내일로 미룬 것이 잘못이었다.

이제 서서히 그 나태와 태만, 시샘과 질투, 허영과 과시의 추한 결과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바람의 방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이 다시 위기의 문턱에 서 있고, 미국경제의 호황도 관리대상 편입이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9월 이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가 세계경제의 침체를 염려하여 저금리 체제로 전환했던 시기가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재벌구조조정의 적기였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12월초에 재벌기업간 빅딜을 추진하면서 이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지금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삼성차 문제나 대우그룹의 문제는 그 때 정공법으로 풀었어야 했다. 정부는 그 때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저금리 기조를 강조함으로써 기존 문제의 이연(移延)에 더하여 증권시장의 과열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추가하고 말았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을 한탄만 하고 있기에는 상황이 다시 급박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가다듬고 정책을 추스려야 한다. 적어도 다음 몇 가지는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 거시정책의 운용기조를 안정 쪽으로 선회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자칫 한 발만 삐끗하면 다시 급전직하의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필자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금리정책기조의 변화라고 본다. 혹자는 이것이 너무 강력한 독약이라고 반대할지도 모르나 지금 적절한 분량의 독약을 처방하지 않으면 나중에 시장 전체가 손을 쓸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붕괴할 수도 있다.

둘째, 대우의 문제를 단호하게 처리해야 한다. 작년 12월부터 대우가 오늘까지 연명한 데에는 정책당국의 태도가 큰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정책당국은 결자해지의 입장에서 그 뒤처리를 말끔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문제해결을 반년이나 지연시키면서 오히려 국민경제에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법적, 도의적 비난에서 자유스럽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율에 관한 한 괜한 집착을 버리고 지극히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최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각국의 상황이 급변하고 있고, 국내에 있는 외국인투자자의 동향도 주의를 끌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정부는 환율에 관한 한 철저하게 시장에 맡긴다는 태도를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어쩌면 위기의 가능성에 관한 필자의 인식이 나중에 잘못된 것으로 판명될 수도 있다. 솔직히 필자도 내심 그렇게 바라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치부하고 준비를 소홀히 하기에는 잠재적 위험이 너무 큰 것같다.

/전성인·홍익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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