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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신창원과 로빈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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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신창원과 로빈 훗

입력
1999.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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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훗은 중세 영국의 전설적인 영웅이다. 12세기 후반부터 13세기 전반기에 살았던 인물이라는 설과, R 피츠스라는 헌팅턴 백작의 별명이라는 설이 있으나 어느 쪽도 확실한 근거는 없다. 그러나 그는 많은 문학작품과 역사책의 소재로 등장해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의적의 대명사가 되었다. 작품 내용은 잉글랜드 셔우드 지방 숲속을 근거지로 로빈 훗 일당이 탐욕스런 관원과 귀족들을 응징하고 재물을 빼앗아 빈민들에게 나누어주는 이야기다.■우리나라에서는 홍길동이나 임꺽정 장길산 등이 로빈 훗에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외신이 신창원을 로빈 훗에 비유해 경찰이 발끈 성을 내고 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16일 「한국의 로빈 훗 체포」란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그가 「로빈 훗」 또는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란 별명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일곱번이나 체포 위기를 피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장애학생들에게 수천달러를 기부한 행적 때문에 서민들에게 영웅으로 통했다는 것이다.

■그가 경찰에 쫓길 때 차에 남긴 메모에 적힌 행적을 근거로 한 기사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사실로 확인됐다. 신은 다방에 취직한 가출 10대소녀들에게 빚을 청산하고 집에 돌아가도록 400만~500만원을 준 적이 있다고 일기장에 적어 놓았다. 좋은 일을 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고, 자기보다는 그들이 더 돈이 필요한 것 같았다면서 『나는 의적도 홍길동도 아니다. 나를 의적이나 영웅시하는 것은 원치도 않고, 그럴 자격도 없다』고 적었다.

■로이터 보도에 대해 경찰은 『사람까지 죽인 강도가 영웅취급을 받고있다는 것은 허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강도가 영웅일 수 없다는 말은 맞다. 수억원중에서 몇백만원을 쾌척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그를 로빈 훗에 비견한 로이터 기사가 과장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보도의 저변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의 일기에는 역대 대통령 이름들이 나온다. 그 이름들로 상징되는 권력자에 대한 증오가 그 혼자만의 비뚤어진 적개심 때문이라고 보아서는 안된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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