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인호씨는 가톨릭 신자다. 올해로 12년째다. 그러나 그는 불교에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불교 소설도 여러 권 썼다. 『그게 뭐냐?』고 물으면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아버지와 어머니 중 누구를 더 좋아하냐면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최인호는 정신의 아버지를 가톨릭으로 삼고 영혼의 어머니를 불교로 삼는 작가다.최씨가 최근 불교에 대한 짧은 글을 담은 에세이집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를 냈다. 그를 불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 계기는 경허 스님의 선시(禪詩). 「일 없음이 오히려 나의 할 일(無事猶成事)」이라는 문구를 발견한 순간 방망이로 두둘겨 맞은듯 했다고 그는 말했다.
최씨는 요즘 과천 청계산을 매일 오른다. 발길을 옮기면서 마음의 부처에게 설법을 듣고, 인생이라는 부처를 향해 성불의 문으로 나아간다. 그러면서 『내가 생을 받은 것은 부처로 나아가는 또 한번의 기회를 받은 것에 불과하니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불교인들에게 따끔하게 일침도 놓았다. 불교인들이 더 서슬 푸른 수도자가 돼 매일매일 뾰족 깎은 연필의 촉처럼 정신의 촉이 날카로워지기를 그는 바란다. 책 뒷 부분에는 가족 이야기까지 담겨 종교적인 삶과 일상의 모습을 한꺼번에 읽을 수 있는 즐거움이 담긴 수필집이다. 여백 발행,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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