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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면서] 영어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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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면서] 영어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들

입력
1999.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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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기 정도전이 명나라에 글을 보냈는데 명 태조는 이를 보고 크게 분노했다. 외교문서의 어투가 심히 방자하고 무례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조선시대에는 명나라 말을 자유로이 구사할 수 있는 통역자가 많지 않아 명과의 교섭에서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사 곤경에 처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조선은 명과의 외교관계에서 늘 노심초사할 수 밖에 없었다.교통과 정보통신이 발달한 오늘날, 더욱이 독립과 자주에 기초한 나라가 자리잡아 가는 현 시점에서는 의사소통이 더 이상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어제의 조선과 많이 다른 것 같다. 일전에 영어를 공용어로 쓰자는 주장에 몹시 놀란 적이 있다. 이제는 자신의 언어가 더 이상 가치가 없기 때문일까?

미국인에게 한국은 황금의 땅이다. 미국내에서는 별 볼 일 없던 하찮은 사람도 한국에 오면 존경스러운 원어민(原語民) 교수로 둔갑, 고임금의 특혜를 누린다. 똑같이 흰 피부, 파란 눈을 가진 유럽친구들은 이를 질시하면서도 부러워할 수 밖에 없다. 유럽친구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길 가다가 『당신 미국인이오?』라는 질문을 받는 것이라고 한다. 그때마다 그들은 화를 내며 『노』라고 단호하게 말하지만 마음은 그 싸구려 친절에 싸늘해진다.

20세기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특수한 위치로 말미암아 영어는 세계인의 의사소통에 불가결한 수단이 됐다. 하지만 유난히도 영어에 집착하는 일부 한국인들을 볼 때마다 새삼스럽게 놀라고 탄식하게 된다. 이제는 외교석상에서도 정부대표가 영어로 연설한다. 영어를 더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다른 나라 정부 수뇌자도 나라를 대표하는 공식장소에서는 본국 언어로 말한다.

한 일본유학생은 한 신문에서 한국대통령이 외국 방문시 그 나라 말로 연설하는 것은 그 나라에 대한 열정과 성의를 보여주는 행동이라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한국총리가 일본 큐슈(九州)대학에서 일본어로 연설을 하였는데 일본인으로서 긍지를 느낄만도 하다.

그렇다면 왜 미국과 일본의 대통령과 수상은 다른 나라에 대한 그러한 열정과 성의를 보여주지 않을까? 영어에 집착하는 한국인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곰곰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추웨이쿠웨이후아-서울대 국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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