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 공동여당 지도부는 중선거구제를 외쳤다. 그러나 여권지도부는 최근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총재대행은 『선거구제 변경은 야당이 반대하면 날치기로 처리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중선거구제가 좋은 제도이긴 하지만 현실 여건이 안되면 밀어붙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도 『자민련 입장을 살펴야겠지만 우리로서도 중선거구제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중선거구제 당론을 또다시 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하는 발언들이다.선거구제에 대한 국민회의의 입장이 유연해지기 시작한 것은 김종필(金鍾泌)총리가 최근 충청권 의원들에게 소선거구제를 유지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 직후부터이다. 김총리는 충청권의원들에게 연내 내각제개헌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면서 반대급부로 그들이 강력히 희망해온 소선거구제를 제시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요즘 여권내에서 김총리가 발휘하고있는 파워나 그에 대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각별한 배려로 미뤄 볼 때 김총리가 소선거구제를 희망하면 받아들여질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선거구제 논란이 완전히 끝났다고는 보기 어렵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아직도 중선거구제에 대해 강한 미련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김대통령은 16일 자민련내의 대표적인 중선거구제론자인 박철언(朴哲彦)부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중선거구제도입 필요성을 거듭 역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선거구제문제는 내각제연기에 따른 충청권의원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차원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내년총선에서 어느 제도가 더 의석확보에 유리한지 먼저 면밀한 검토를 거쳐야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3당합당이후 치러진 92년총선때 충청권에서 당시 여당인 민자당이 참패했다』면서 『이번에도 충청권에서 소선거구제가 꼭 유리하다는 근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선거구제를 둘러싼 여권의 혼선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여권이 선거구제 문제를 너무 정략적 차원에서 다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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