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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과학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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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과학을 넘어서

입력
1999.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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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아이 잘 키우기:기(氣)를 살려 주어야 남자답게 자란다」. 뉴스위크 98년 5월 둘째 주의 커버 스토리의 논조는 당당하다. 그뿐이랴. 「왜 여자 심장이 더 빨리 뛸까」 「여자는 남자보다 수학을 잘 못한다」 「여자는 남성보다 소극적이며 감성적이고 언어 능력이 우수하다」 등등…. 성적 차별의 시각을 통계의 이름 아래 은근히 깐 기사들이 가끔 등장한다.「남자다움」과 「여성스러움」이란 구별조차도 집단무의식적 폭력은 아닐까?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본 과학·기술·의료 서적이란 부제를 단 신간 「남성의 과학을 넘어서」는 이렇게 말한다. 이론 중심 아니면 캠페인 중심에 치우쳐 격앙된 목소리를 내기 일쑤였던 한국 페미니즘론에 과학적 이론을 도입한 책이다. 뜨거운 외침이 아니라, 지식사회학적 관점으로 재구성한 페미니즘론이다.

사회학적 성(性)인 젠더(gender)와 생물학적 성인 섹스(sex)가 따로따로인 양 취급받기 일쑤였던 성의 정체성(gender identity) 문제를 하나로 통일시켜 이해하고자 하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특색. 서로가 서로를 창조해나간다는 변증법적 입장이다.

페미니즘은 세계를 해석하는 도구인가? 책은 객관적 과학의 산물인 양 여겨지는 의료와 기술 문제까지도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재구성한다. 제1부 「과학과 성」에서 사회생물학·두개골학·성호르몬을 예로 들면서 역사적으로 남녀의 차이를 이데올로기화하는데 사용되었던 세가지 과학지식이 객관적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아니라 사회적 산물이라고 지적한다. 이같은 과학지식은 성적·인종간 불평등을 합리화하고 심화했다고 말한다

마지막 장 「과학과 여성의 현실」은 과학과 여성에 대한 고찰이다. 근대 서국과학사에서 묻혀진 여성 과학자들의 예를 통해 과학이 여성을 소외시켜온 메커니즘을 다룬다. 「여성과학자는 왜 적은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오랫동안 여성의 접근을 막아온 과학교육을 살펴본다. 한국여성과학자들의 현실과 과제에 대해서는 김명자 환경부장관이 썼다.

이화여대 물리학과 모혜정 교수의 「한 여성과학자의 회고」도 흥미롭다. 과학분야을 전공으로 결정하기까지, 대학생활과 교사생활 등에 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말미에는 구한말의 열혈 간호사 에스터 박, 노벨 화학상 수상자 도로시 호지킨 등 여성 과학자 14인의 삶을 성적 정체성 찾기라는 관점으로 소개한다.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과학사학과 박사과정을 이수중인 오조영란(36), 같은 과 교수인 남편 홍성욱(38)씨가 엮었고 국내외 학자들의 글이 실려있다. 엮은이의 성(姓)은 모계와 부계를 합친, 그야말로 페미니즘적 성씨다. 창작과 비평사 발행, 9,000원.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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