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예상외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7.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성장률은 정부, 한국은행,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예상치중 가장 높은 것이다. 빠른 경기회복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우려되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KDI는 기업·금융 구조조정이 아직 미흡한 상태에서 경기상승이 가속화할 경우 내년 이후 물가상승과 경기불안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지적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내적으로 불안요인이 많은 상황에서 성장속도가 너무 빠르면 과열과 거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우선 걱정되는 것은 물가다. KDI는 올해 물가가 1% 이내의 상승률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낙관할 수 만은 없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고, 늘어난 통화의 유통속도가 하반기부터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잠재부실이 정리되지 않아 기업·금융기관의 장부상 자산가치가 실제가치보다 높기때문에 급격한 경기상승이 지속될 경우 거품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또 임금상승 요구도 거세질 것이고, 최근 원유가 급등에서 보듯 국내외 여건이 모두 심상치 않다.
과열·거품발생이 우려되는 가장 큰 원인은 기업·금융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부문의 구조조정을 확실하게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저금리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 따른 급속한 경기회복이 기업·금융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해야 할터인데, 오히려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다.
재벌들은 자금이 풍부해지자 개혁에 소극적인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정부는 저금리 정책을 무리하게 유지할 것이 아니라 유연성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한은도 구조조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저금리정책과 대규모 자금방출은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지속적인 저금리정책은 장기불황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의 경기상태가 작년의 극심한 위축에 따른 기술적 반등요소가 강하고 과열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대응책은 빠를수록 좋다. 과열과 거품이 현실화하면 그것을 치유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예상외로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는 경기는 양적인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에도 통계수치 개선에 만족하고 실질적인 개혁에 실패한다면 우리 경제는 또다른 위기에 봉착할 우려가 있다. 실기(失機)해서는 안된다. 호미로 막을 것을 나중에 가래로 막게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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