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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디지털 마인드와 황제경영

입력
1999.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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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쓴 「생각의 속도」가 베스트셀러의 대열을 계속 지키고 있다. 지하철에서 이 책을 열심히 읽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을 보면 세계최대 갑부의 생각이 국경을 넘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임이 분명하다. 이 책을 관통하는 빌 게이츠의 생각은 디지털 마인드가 미래의 기업활동을 좌우한다는 것이다.빌 게이츠가 제시하는 대표적인 디지털마인드는 경영자와 사원이 e-메일로 무장하라는 것이다. 기업에 나쁜 소식을 경영자가 빨리 알고 이에 대처해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데 그 채널이 사원과의 e-메일 교신이라는 것이다. 직접 대면하기도 어렵고 설령 그런 기회가 있어도 눈을 마주보며 최고경영자에게 나쁜 소식을 전할 사원은 없을 것이다. 또 하나 그가 강조하는 것은 경영자와 사원이 회사와 그 목표에 대한 정보를 광범하게 공유하는 것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데, 그 방법 역시 e-메일이라는 것이다.

그의 생각은 기업을 경영하거나 조직을 움직이는 관리자들에겐 매우 유용할 것 같다. 우선은 컴퓨터라는 도구가 회사경영에 얼마나 긴요하게 활용되는가를 보여주고 있고, 다음으로 미래의 사회가 움직여갈 패턴을 점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 최고로 돈을 버는 만큼이나 사회에 끝없는 도전의식과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고 있다. 빌게이츠뿐 아니라 미국의 최고경영자들은 이렇게 새로운 디지털마인드로 이미 무장하고 있다.

「제3의 길」로 유명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최근 기업가를 반사회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영국엘리트를 통렬히 비난해서 화제를 일으켰다. 『미국인들은 돈 많은 사람을 보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을 발휘하는데, 영국인들은 시기하고 부정축재자 정도로 기업인을 매도한다. 영국경제가 살아나려면 돈 버는 기업인을 존경하는 풍토가 자리잡아야 한다』

지금 우리의 기업인들은 상황은 달라도 영국기업인들 처럼 사회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로부터 구조조정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은 블레어의 말을 듣고 『우리가 하고픈 말을 대변해준다』고 분을 삭일지 모른다.

블레어의 말대로 미국의 최고경영인(CEO)들은 빌 게이츠같은 창업경영인, 윌리엄 포드같은 상속경영인, 젝 웰치같은 전문경영인 등 그 누구든 매도의 대상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독점금지법 위반혐의로 미국법무부의 기소를 받았지만 정치권이나 언론이 입을 모아서 빌게이츠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국사람들이 물질만능주의에 빠져서 기업인을 존경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권력과 사회를 부패시키고, 불공정한 경쟁으로 상대를 무너뜨리고, 실력도 없는 2세를 사장이나 회장에 앉히고, 부실경영을 하고도 자리를 지키는「황제경영자」가 있다면 미국인과 미국사회가 용납할 것인가. 사회가 징벌하기 전에 경쟁원리에 의해 도태될 것이다.

글로벌사회의 추세는 정부규제는 줄어드는 대신 기업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기업경영이 고용뿐 아니라 문화 교육등 사회전체의 분위기를 점점 더 좌우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최고 경영자들이 자가용을 손수 몰아 출근하고,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기위해 줄을 서고, 사원들 틈에 사무실을 마련하는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바로 미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흥분과 도전의 자극제가 되고 있다.

21세기가 내일모레인데 기업인들이 디지털마인드는 못가질망정 기업을 봉건영지처럼 사유화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는 한 IMF체제 극복과 사회발전은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우리도 존경받는 기업가들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 기업가를 매도하지 말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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