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내각제개헌 유보방침과 관련, 16일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꺼내든 초강경 대응카드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 실시와 국무총리 사퇴다. 특검제를 통한 대선자금조사, (대선자금에 문제가 있을 경우) (자신의)정계은퇴, 대통령직 포기 요구 등 전날의 대여공세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긴하나 당 안팎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이날 발언은 전날밤 이총재 자택에서 열린 심야 대책회의에서 결정됐다. 이보다 몇시간전 초·재선의원 모임에서의 결의내용과 똑같다.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이총재나 초·재선 강경파들의 눈높이가 같다는 뜻이다.
이총재가 이처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격으로 거칠게 나서는 데는 나름대로 까닭이 있다. 가깝게는 「급한 불 끄기」다. 이총재로서는 당장 자신을 옭죄고 있는 세풍(稅風)국면에서 빨리 벗어날 필요가 있다. 좀 더 멀리 내년 총선은 물론, 16대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참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불씨 없애기」인 셈이다.
이때문에 당주변에서는 이날 결정을 다음 착점을 예비동작으로 읽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나돌고 있다. 이르면 19일에 열릴 의원총회에서 더 놀랄만한 승부수가 나오리라는 관측이다.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은 물론, 의원직 사퇴까지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초·재선의원들이 이미 이러한 「극한적」인 주문을 당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파행 정국, 정치 부재의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내놓자」는 제안을 내놓을 경우 여권이 난감한 처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날 발언을 정치공세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국민용이라는 뜻이다. 또다른 당직자는 『(이총재발언은) 어찌보면 메아리 없는 공허한 외침으로 들릴 수 있다』며 『마치 공포탄쯤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같은 대여공세 속에서도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 부부 비리건을 걸어 여권의 도덕성을 뭇매질하는 것을 잊지않았다. 유종근(柳鍾根)전북지사, 김태정(金泰政)전법무장관까지 끄집어내 몰아침으로써 아직 탄력을 받지못한 여권의 「개혁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었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김대중(金大中)정권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고 비난했고,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주혜란(朱惠蘭)씨는 「경기도의 이멜다」임창렬씨는 「부패의 상징」』 등의 원색적인 용어로 공격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