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민간에서는 벌의 침을 신경통, 관절염 치료의 특효약으로 여겨 왔다. 요즘도 노인들 중에는 양봉업자를 찾아가 벌침을 맞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벌침의 치료효과는 독(毒)에서 나온다. 벌침의 독에는 멜라틴, 아파민, 아돌라핀 등 인체에 유효한 40여가지 성분이 들어 있다. 이들 성분은 면역기능을 높이고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며 강력한 항염증 작용을 한다.봉독(蜂毒)요법은 기원전 2000년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 기록돼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됐다. 히포크라테스는 봉독(蜂毒)을 「신비한 약」이라고도 했다. 미국, 영국, 독일, 러시아 등지에선 꿀벌의 독성과 약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며, 신경통·관절염전문센터에선 임상에도 널리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한의사들이 봉독요법을 쓰고 있다. 벌을 직접 몸에 쏘이는 게 아니라 봉독을 추출·정제한 후 주사기로 경혈(經穴)에 주입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살아있는 벌을 치료에 활용하는 방법은 부작용 때문에 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 봉독의 추출이 가능해지고 그 효과가 실험적 분석을 통해 확인되면서 난치성 질환의 새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봉독요법은 자연상태의 독을 치료에 이용하는 것인 만큼 상당한 주의와 전문성이 요구된다. 봉독 자체는 비교적 안전하다. 사람을 봉독으로 죽이려면 순간적으로 500~1,000마리의 벌에 노출시켜야 한다. 하지만 10만명당 3~4명은 봉독에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평소 심장병이나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당뇨환자, 임산부는 맞지 않는 게 좋다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이재동교수는 『봉독요법은 독의 농도나 양을 조절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벌을 직접 몸에 쏘이는 재래식 방법은 독의 농도나 양을 조절하기 힘들어 잘못하면 쇼크사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벌침은 일반적인 침의 효과와 치료부위의 열감(熱感)으로 인한 뜸의 효과를 동시에 나타내 기혈(氣血)의 순환을 원활히 함으로써 통증과 염증을 억제한다.
주로 허리 통증 및 디스크, 무릎의 퇴행성관절염, 오십견과 같은 어깨통증, 류머티즘 등에 치료효과가 우수하다. 이밖에 산후풍, 다발성신경염, 염좌 후유증, 테니스 엘보, 만성 근육통과 같은 통증질환에도 이용된다.
봉독요법은 우선 환자의 체질이나 질병상태를 분석해 봉독의 농도를 조절한 다음 1주일에 2회 정도 해당 경혈에 주입한다. 이교수는 『15회 정도 치료하면 환자의 70~80% 가량은 증상이 호전된다』고 말했다.
환자에 따라 벌침을 맞은 자리가 2~3일 동안 붓거나 가려운 경우가 있다. 속이 울렁거리거나 몸살, 전신 두드러기와 같은 부작용이 생기는 환자도 있다. 그러나 이는 봉독이 몸에 들어가 체내의 면역기능을 강화하는 과정으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없어진다는 게 이교수의 설명이다. 이교수는 『벌침을 맞는 동안에는 음주와 과로를 피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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