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을 건너뛴 출세가도 경기은행 덫에 낭떠러지로 -정권을 건너뛰며 고속출세 가도를 달리면서 「환란(換亂) 소방수」를 자처하던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가 경기은행 퇴출 덫에 걸려 결국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과거 몇차례 곤경에 빠졌을 때마다 특유의 처세술로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던 그도 이번에는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경기고 동창인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보다 한해 늦게 행정고시(7회)에 합격한 그는 한때 정통 재무관료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재무부 이재국장이던 85년 국제그룹 해체등 부실기업 정리실무를 맡으면서 악역으로 부상, 구설수를 탔고 이것이 노태우정부 들어 화근이 되자 IMF대리대사라는 직책을 얻어 외유길에 올랐다.
이어 그는 세계은행(IBRD)파견 형식등으로 6년여동안 해외에 체류하면서 국제금융통으로 화려하게 변신, 92년 재무부로 복귀한다. 부인 주혜란씨를 만난 것도 90년 IBRD 이사로 미국에 체류중일 때였다. 임지사는 이후 조달청장, 과기처·해양수산·재경원차관, 통상산업장관 등을 거치면서 승승장구한다. 재경원 차관에서 장관에 오를때까지 1년도 채 걸리지 않을 만큼, 막판에 빛을 본 셈이다.
올 초에는 국회 「환란청문회」에서 「IMF행 사전인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지만 어쨌든 그는 새 정권의 실세들도 탐을 낸 공동여당의 경기지사 후보로 전격 발탁되는 행운을 잡았다. 당시 정가에서는 그의 상품성과 업무추진력 못지않게 김대중대통령과 부인 주씨와의 친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지난해 6·4지방선거 당시에는 이혼한 부인과의 관계등 그의 사생활을 둘러싼 소문으로 곤욕을 치렀다.
부인 주씨와 달리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누구보다 목표지향적이었던 임지사는 저돌적인 업무 스타일과 폭넓은 전문지식으로 윗사람의 총애를 받았지만 호불호(好不好)가 뚜렷한 성향의 소유자라는 게 중평이다. 재경부의 한 인사는 『자신의 눈에 든 후배는 과감하게 발탁, 끝까지 뒤를 봐주는 보스기질의 소유자』라면서도 『싫어하는 사람은 적처럼 대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고 평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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