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의 플루토늄 해상반입을 놓고 국내외적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특히 부산서 불과 50㎞ 떨어진 대한해협 접경이 수송경로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우리에겐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일본정부는 이번에 수송할 핵연료가 순수 플루토늄이 아니라, 플루토늄-우라늄 혼합연료(MOX)이기 때문에 안전상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MOX는 철저히 압축·밀봉되기때문에 방사능유출의 가능성이 거의 없고, 국제안정성 기준을 충족시킨 상태에서 수송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이 도입할 11톤의 MOX에는 440㎏의 플루토늄이 함유돼 있는데, 이 정도면 현재의 기술로도 3주 이내에 60개 이상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 일본은 이처럼 위험한 플루토늄을 2010년까지 6만㎏이나 갖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플루토늄을 대량 소유하게 된 일본은 핵무장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이는 핵확산금지를 위한 국제적 노력을 방해하고 동북아에 긴장을 가져오며 특히 북한의 핵무기개발 욕구를 자극, 한반도정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이 안정성기준을 충족시켰다고 하나, 배에 불이 났을때 발생할 재앙을 막기에는 여전히 불충분한 수준이다. 폭풍 등으로 MOX가 바다에 흘러들어가도 생태계파괴 등 치명적 결과가 발생한다. 실제로 97년11월 프랑스 선박의 세슘 유출사건은 핵물질수송과 관련된 안전사고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만에 하나 MOX가 동해나 남해로 유출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플루토늄 입자가 무겁기때문에, 설사 유출이 되더라도 널리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변한다. 그때문인지 일본은 환경영향평가도 하지 않고, 주변국에 수송시기나 경로, 긴급대책계획도 통보하지 않고 있다. 핵물질이 지닌 시간적·공간적 해악과 바닷물의 흐름에 대한 조금의 지식만 있어도 이런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무례한 것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비용절감을 위해 무장 호위함없이, 경무장한 영국화물선으로 MOX를 수송할 계획이다. 따라서 해상탈취 등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 또한 미흡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의 값싼 수송작전이 향후 10년간 계속되고 그로 인해 막대한 양의 플루토늄이 더 반입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반입이 성공한다면 대한해협은 일본핵연료의 수송로가 돼 향후 10년간 우리의 가슴을 죌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거시적 안목에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다른 나라와 공조체제를 갖추고 국제적 규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현행 국제법상으로는 자국 영해를 지나지 않으면 어떤 제재도 가할 수 없다. 따라서 MOX 수송선이 대한해협이나 동해를 지나더라도 우리 영해를 벗어나 일본쪽으로 통과하면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유해폐기물 이동에 관한 국제협약에 플루토늄과 같은 핵재처리물질을 포함시키면 자국 영해를 지나지 않더라도 규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이 협약의 개정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구체적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MOX가 유출될 경우 우리 후손들이 안게 될 고통과 피해를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자세로 이번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임성진·전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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